등록 : 2015.07.14 20:18
수정 : 2015.07.14 20:18
여러 차례 합의 깨져 태도 위축
“협상 앞서 북 진정성 확인 희망”
‘탐색적 대화’ 시도 가능성 상존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함에 따라 과연 북한과도 핵협상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대통령 취임 직전 ‘적과도 악수를 하겠다’며 그 대상 국가로 북한과 이란, 쿠바 세 나라를 꼽았다. 지난달 쿠바와도 대사관 개설에 합의하는 등 국교 정상화 수순에 접어든 만큼, 이제 남은 나라는 북한뿐이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비관론이 우세하다. 우선, 미국은 북한과 몇차례 합의를 했다가 이것이 깨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북한과의 협상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협상 전에 북한이 진정성 있는 협상 의지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이는 첫 협상에 나선 이란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를 1년반가량 남겨놓은 상황에서 협상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북한과 새롭게 협상에 나서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이란과의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관심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외교적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워싱턴 외교가에선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핵협상이 타결되면 그 다음 목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는 것이라는 얘기들이 몇달 전부터 돌고 있다. 이슬람국가 문제는 이전 정부에서 잉태됐지만,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를 방치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탓이다.
물론, 북한이 핵협상을 재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시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도 이를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한번 해보자고 하면 오바마 대통령도 ‘노’(No)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먼저 나설 의지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워싱턴에서도 북핵 고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오바마 행정부가 이른바 ‘탐색적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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