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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로 베를린장벽 붕괴 촉발 샤보브스키 별세 |
1989년 11월 9일 기자회견에서의 ‘말실수’ 한 마디로 역사적인 베를린장벽 붕괴를 촉발한 당시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정치국원 귄터 샤보브스키가 1일(현지시각) 별세했다. 향년 86.
독일 <데페아>(dpa)통신 등은 샤보브스키가 베를린 장벽 붕괴 26돌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베를린의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고인의 부인 이리나 샤보브스키를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사회주의통일당 선전 담당 비서였던 샤보브스키는 89년 11월 9일 저녁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출국 비자가 누구에게나 발급될 것이라는 내각의 결정을 발표했다. 회견 도중 이탈리아 <안사통신> 기자가 “언제부터냐”고 물었고, 답변이 준비돼 있지 않던 샤보브스키는 자료를 뒤적이며 머뭇거리다가 즉흥적으로 “내가 알기로는…지금부터”라고 답했다.
사실 이 결정은 이튿날부터 발효될 예정이었고, 출국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에 절차에 따라 신청해야 하는 것이었으나 이를 오해한 기자들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긴급뉴스를 전 세계에 타전했다. 이를 본 수천 명의 동베를린 사람들은 서베를린으로 가는 검문소로 향했고, 상부의 지시를 기다리며 우왕좌왕하던 동독 경비병들은 몰려드는 사람들의 거센 요구에 결국 문을 열었다. 샤보브스키의 ‘실언’이 28년간 독일을 양분했던 베를린 장벽의 역사적인 붕괴를 가져온 순간이었다.
이후 동독 정권은 빠르게 무너졌고, 동독과 서독은 이듬해 10월 3일 마침내 통일됐다.
통일 이후 샤보브스키는 과거 베를린 장벽을 넘으려는 동독인 다수를 살해하는 데 정치적 관여를 한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99년 12월부터 10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다.
생전 여러 차례 자신의 도의적인 책임을 시인하고 죄책감을 표명했던 그는 이후 좀처럼 언론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말년을 베를린의 한 요양원에서 보냈으며, 최근 몇 년간 건강상태가 몹시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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