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들 진단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대량으로 앗은 이번 프랑스 파리 테러에 대해 국내 중동정치 전문가들은 2014년 이슬람국가(IS) 선포 이후 국제전으로 비화된 시리아 내전, 그리고 올해 특히 유럽에서 부각된 난민과 디아스포라 현상이 ‘징후’였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테러리즘의 확산을 우려하는 한편, 이슬람국가(IS)의 테러리즘이 다시 국제사회의 극우 극단주의 움직임에 불씨를 댕기지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IS선포·시리아 내전·난민사태…최근 잇단 테러 징후 보여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종파전쟁
중동지역 갈등 역학관계 주목을 단국대 중동학과의 홍미정 교수는 1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 어떠한 경우에도 테러리즘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며 “중동 전역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이 같은 테러 행위가 자행돼 테러리즘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창모 건국대 중동연구소장도 “너무나 슬프고 참담해 정교한 진단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테러리즘을 표방하는) 극단주의자들한테는 어떠한 분석과 경고도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시리아 내전 등 중동 지역에서 작동하고 있는 국제 정치의 역학 관계에 주목해야 이런 테러 행위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현재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에는 석유와 가스의 판로를 두고 빚어진 국제 경제적 이해관계, 외세와 끈을 대고 있는 내부 정치세력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 이슬람교 내부의 종파 갈등까지 온갖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무슬림에 의한 테러가 발생할 경우 흔히 동원하는 ‘이슬람-기독교 갈등’과 ‘시아파-수니파 종파갈등’ 구조에만 집중하면, 테러의 원인을 왜곡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러를 자행한 세력이 자금과 무기를 얻을 수 있었던 외부 지원의 경로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중국을 제외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모두 시리아를 공습하고 있는데, 지상전에서는 이슬람국가의 공격력을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군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부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를 통해 교착 상태를 흔들려고 하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 과정에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해 테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가 유럽 등 국제사회에 극단적 민족주의를 더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홍 교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서방 세계의 극우 민족주의 정치세력은 상호 의존성을 갖고 있다”며 “양쪽의 극단주의자들이 상호간의 대립을 부추기면서 긴장관계가 지속되는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인 교수도 “프랑스와 독일 등에 무슬림 축출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있는데 그들에게 이번 테러 이상의 호재가 있겠느냐”며 “프랑스 사회당 정부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포용하는 정책을 끌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도 무슬림을 바라보는 시각을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 교수는 “서울도 대도시이고 한국이 중동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폭넓은 대처는 해야 한다”면서도 “혹시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파리와 우리의 상황을 등치시켜 배타적인 인종혐오 등 극우주의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답이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국내에도 무슬림 커뮤니티가 있는 만큼, 그들에 대한 관점을 갖추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수자에 대한 온정주의 관점에서 무작정 받아안거나 외부세력으로 상정해 방어적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 한국 사회 무슬림들의 처지와 환경을 정확히 바라보는 노력이 특히 지식인 사회에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재훈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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