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15 00:17
수정 : 2015.12.1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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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프리모르스키주(연해주)의 한 사파리 동물원에서 시베리아산 호랑이와 먹잇감으로 넣어준 염소가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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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극동의 프리모르스키주의 한 동물원에서 사납기로 유명한 시베리아산 아무르 호랑이가 먹잇감으로 넣어준 염소와 4주째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 화제다.
극동 연해주 ‘사파리 공원’에 사는 3살 난 호랑이 ‘아무르’와 그의 먹이가 될뻔했지만 지금은 친구가 된 ‘티무르’. 지난 11월 말 동물원 쪽은 아무르에게 점심 먹이로 살아있는 염소 한 마리를 우리에 넣어줬다. 동물원은 호랑이들이 야생성을 잃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1주일에 두 번씩 염소나 토끼 등 산 짐승을 먹이로 줘왔다. 이날 우리에 들어간 염소 ‘티무르’는 호랑이를 겁내기는 커녕 강하게 저항하며 먼저 공격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전까진 무섭게 공격해 먹이들을 잡아먹던 아무르가 뜻밖에 ‘티무르’에겐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살갑게 대했다. 축구 경기장만한 큰 우리 안을 함께 산책하고 자신의 물그릇을 양보하기도 했다. 그래서 동물원 쪽은 호랑이마저도 굴복시킨 용맹한 염소를 기려 그에게 14세기 중앙아시아를 지배한 위대한 정복자 ‘티무르’의 이름을 붙여줬다. 애초 먹잇감이었던 티무르는 아무르로부터 도망하기보단 오히려 아무르의 뒤를 쫓아다니고, 아무르도 티무르가 보이지 않으면 그를 찾는다. 밤이 되면 두 동물을 따로 떼어 잠자리로 들여보냈던 동물원 쪽도 아무르가 밤새 잠을 자지 않고 울부짖으며 티무르를 찾는 바람에 지금은 아예 잠자리를 함께 하도록 했다. 아무르는 티무르에게 토끼 사냥법을 가르쳐주며 놀고, 다른 맹수로부터 지켜주고 있다. 심지어 티무르에게 다가가는 동물원 사육사들에게까지 전에 없이 공격성을 보이고 있다.
연해주의 아무르 호랑이 연구가 세르게이 아라밀례프는 “아무르가 티무르를 공격하지 않는 것은 그를 먹잇감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동물원에서도 맹수가 의외의 행동을 보이는 먹잇감을 먹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무르와 티무르의 우정은 세계적 화제가 됐다. 메젠체프 원장은 “러시아 각지는 물론 중국과 미국 등 외국에서도 관광객들이 아무르와 티무르를 보기 위해 동물원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물원 쪽은 우리에 CCTV를 설치해 이들의 생활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H6s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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