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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데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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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초점 I 스페인 신예 정당 ‘포데모스’의 성장 비결
“마드리드시에서 투우를 금지하자.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점은 분명하다. 마드리드시를 동물 보호 도시로 만들자.” 최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시가 운영하는 시민 참여 온라인 사이트인 ‘마드리드 디사이드(Decide)’에 시민이 올린 제안 중 하나다. 약 7300개 지지를 받은 이 제안에 대해 시민들은 댓글로 다양한 찬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마드리드 디사이드의 시민 제안은 제안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시민들의 투표로 실행 여부가 실제로 결정된다. 제안 주제가 마드리드 인구의 2%(5만3000명) 이상의 지지를 얻으면 시 당국의 연구 주제가 되고, 이후 온라인 주민투표로 시민 제안을 실행할지 말지가 최종 결정된다. 마드리드시의 이런 열린 온라인 시민 참여 프로그램은 최근 스페인 정치를 뒤흔들고 있는 신예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럽 재정 위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포데모스는 시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면서 성장했다. 2014년 1월에 창당한 포데모스는 지난해 5월 열린 지방선거 당시 자신들이 참여하는 좌파연합 후보를 스페인 양대 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시장에 당선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이렇게 마드리드 시정을 이끌게 된 포데모스 출신들이 만든 오픈 소스 온라인 플랫폼이 바로 마드리드 디사이드다. 작년 5월 선거 양대도시 시장 배출지난달 총선에선 의석수 3위 저력
‘분노하는 사람들’ 포데모스 탄생 모태
여러 형태 시민참여 이끄는 데 성공 온라인에 토론 플랫폼 깔고
오프라인에선 ‘서클’ 통해 활동 활발
정당운영 자금 ‘크라우드펀딩’ 충당 기존 양당체제 흔들기 성공했지만
집권·대안 만들지는 아직은 미지수 포데모스는 창당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스페인 현대 정치를 30년 이상 지배해왔던 양대 정당인 우파 국민당(PP)과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국민당이 123석을 차지해 1위는 했어도 과반 의석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연정을 구성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도 연정 구상 협상에 뚜렷한 성과가 없다. 총선 뒤 두달이 지나서도 정부 구성이 실패하면 다시 선거를 치를 수 있다. 포데모스가 짧은 시기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업률이 21.6%에 이를 만큼 좋지 않은 스페인 경제 상황이 큰 배경이지만, 시민들의 참여를 다양한 형태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포데모스 탄생의 모태는 이른바 분노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인디그나도스’ 운동(또는 15M운동)이다. 이는 2011년 5월15일에 마드리드 시민들이 마드리드의 대표적 광장인 ‘푸에르타 델 솔’(태양의 문)을 점거한 시위를 일컫는다. 당시 시민들은 광장 곳곳에서 총회를 열어 다양한 토론을 했다. 시위 한달 뒤인 6월에 점거 시위를 끝낼 때도 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해산을 결정했을 만큼 토론 문화가 뜨거웠다. 포데모스는 이런 토론 문화를 온라인과 연결해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대표적인 도구가 ‘레딧’(Reddit)이라는 소셜 뉴스 웹사이트였다. 레딧에서는 사용자가 글을 등록하면 이 글이 다른 사용자들의 선호 순위에 따라 주제별 섹션이나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14년 세금을 회피한 카탈루냐 지역 정치인 조르디 푸욜을 고발한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다. 푸욜은 조세 회피처인 안도라 등에 1억4000만페세타(스페인 옛 화폐 단위, 현재 기준으로는 120만달러)를 30년 동안 숨기는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포데모스는 레딧에서 토론을 거친 뒤 그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그의 부패 스캔들은 큰 정치적 논쟁거리였다. 그는 카탈루냐 민족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거물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카탈루냐 분리 독립 운동이 타격을 받을 우려도 있었다. 포데모스는 온라인상 토론 도구로 ‘루미오’(Loomio)라는 애플리케이션도 활용하고 있다. 루미오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월가 등에서 벌어진 ‘오큐파이(Occupy) 월가’ 운동을 계기로 태어난 앱이다.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이 운동에 참여했던 벤 나이트 등 젊은이들이 토론 과정에서 일부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토론을 주도하는 의도하지 않은 독재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온라인에서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오픈 소스 형식으로 해서 개발된 앱이 루미오다. 루미오는 토론하고 싶은 주제를 누군가 제안하고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룹을 만들며, 이후 사람들이 찬성·반대·유보·차단 형식으로 투표를 해서 결정한다. 포데모스는 또 ‘아고라 보팅’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선거에 나설 후보자를 시민들이 직접 뽑는 방식도 채택하고 있다. 포데모스는 ‘분노하라 운동’으로 탄생한 또다른 정당인 파르티도 에키스(X 정당)와 함께 후보자 선출 때 당원 외에 일반 국민의 참여를 허용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한 보기 드문 정당이었다. 포데모스는 정당 운영 자금도 시민 모금 방식인 크라우드펀딩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포데모스는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 은행이나 경제단체의 지원에 의지하지 않고, 크라우드펀딩 등 기부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기준 수입의 98%가 기부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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