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0 18:54
수정 : 2016.03.1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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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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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한·일 단체, 현지인 초청
베를린서 ‘위안부 합의’ 간담회
동독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였던 베를린 프렌츠라우어베르크 시온교회 근처 작은 공간 ‘뎅크아리움’. 지난 3일 이곳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코리아협의회, 재독일본여성회, 독일일본평화포럼 등의 단체가 40여 명의 독일 현지단체 인사 및 독일 언론인들을 초대해 지난해 한·일 정부 사이에 이뤄진 ‘위안부 합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간담회였다.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아사히 신문>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다 ‘나눔에 집’에 들어가 3년 동안 함께 생활했던 야지마 츠카사, 위안부문제 사죄를 요구하며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여는 재독일본여성회 대표 카지무라 미치코, 독일 과거사 청산 활동을 하고 있는 ‘기억, 책임, 미래 재단’ 고문 우타 겔란트(마이크 잡은 이가 단상토론에 참여했다.
재독일본여성회 대표 카지무라 미치코는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2차대전 이후 일본은 스스로를 희생자로만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억, 책임, 미래 재단’ 고문 겔란트는 전승국이며 일본 우방인 미국이 일본 과거청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이 일본의 저항운동이 자국 사회를 바꾸지 못한 원인으로 봤다.
‘기억, 책임, 미래 재단’은 독일의 과거청산을 위해 2000년 독일 정부와 기업이 함께 설립한 재단이다. 동유럽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찾아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겔란트 고문은 지난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심포지움 강연과 토론에 참가한 바 있다. ‘화해를 이루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위안부 희생자들은 더 많은 공감, 연대, 또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공식적 인정을 필요로 한다. 화해는 일어나기도 하고,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화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고, 서로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 이곳의 작은 움직임은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태도이다. 한국인, 일본인을 넘어서 인권을 두고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희망의 징후”라고 말했다.
그는 행사 뒤 “성문제는 까다로워 공론화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2차대전 당시 유럽 성노예와 관련된 전쟁범죄들이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우리 할아버지들이 동유럽에서 했을 전쟁범죄들은 추측만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90년대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은 커밍아웃해 서로 연대하고 스스로 강해졌다. 불편한 역사적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억, 책임, 미래 재단’의 귄트 자아트호프 대표는 “토론을 보고 불가역적 합의가 얼마나 무가치한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 문제는 세계적으로 다시 이슈화될 소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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