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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22 09:08 수정 : 2016.03.22 09:14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냉전관계 청산·새로운 실용주의 관계 전환 담을지 촉각
오바마 “오늘은 양국관계의 새로운 날”

쿠바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1일오전 11시부터(현지시각) 2시간 동안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쪽은 일부 문제에 대해 이견을 보이긴 했지만, 회담 자체만으로도 20세기 냉전의 역사를 지운다는 상징성이 적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54년간의 대쿠바 금수조처를 해제하고, 양국간의 경제적 유대 관계 강화를 통해 새로운 화해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지난 반세기 이상, 미국 대통령이 아바나에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오늘은 양국관계의 새로운 날”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새로운 날’을 스페인어로 말했다.

카스트로 의장 역시 “미국과 쿠바 사이에는 아직도 차이들이 존재한다”면서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새롭고 긍정적인 미국과의 관계를 건설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또 미국의 장거리 여성 수영선수 다이애나 니아드(64)가 2013년 쿠바 아바나에서 플로리다까지 상어 보호장치 없이 해협을 횡단한 사례를 거론하고는 “그녀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며 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양쪽은 쿠바 금수조처 해제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언제가 될지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대 쿠바 금수조처는 해제될 것이다. 지난 50년간 금수 조처들이 양국의 이익에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이 치러지는 해여서 내가 기대하는 것만큼 의회가 생산적이지 않다”며 “그러나 쿠바를 여행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늘고 있어 금수조처 해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바에 대한 궁극적인 금수조처 해제는 미 의회의 권한이지만, 공화당은 쿠바와의 관계정상화에 반대하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질의응답에서도 “농업 분야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일을 만들고, 미국 농민들이 쿠바 농민들과 더 많은 교류를 하며, 더 많은 수출과 수입을 하면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지지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럴수록 금수 조처가 해제될 가능성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무역과 여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의회가 더 많은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봉쇄를 풀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모두 미 의회의 전향적인 조처를 촉구한 셈이다.

양국 간 민감한 쟁점인 쿠바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카스트로 의장은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카스트로 의장은 질의 응답 과정에서 쿠바의 인권 문제와 관한 미국 기자의 질문에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며 쿠바에 정치범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만일 정치범 명단을 제시한다면 나는 오늘 밤 안으로 석방할 것”이라며 “우리는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에게 쿠바의 인권과 정치 민주화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했다고 밝혔다. 그는 “카스트로 의장의 개방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추켜세운 뒤 “오늘 회담에서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에 인권 문제가 남아있음에도 관여정책은 계속돼야 한다는 그의 원칙적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쿠바 인권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쿠바 내부에 대해 여전히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다. 사실,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도 상당한 이견이 있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베트남에도 간다. 거기서도 (인권문제로) 상당한 이견이 있다. 우리가 버마를 방문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은 과연 버마에 가야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버마는 우리 관점에서 오랫동안 인권을 침해했던 나라이기 때문이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내가 취해 온 접근법은, 솔직하고 분명히 얘기하건데, 어떤 특정 국가의 변화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변화는 (해당 국가의) 내부로부터 오는 것이다. 그것이 50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엄격한 불관여 전략보다 훨씬 유용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인권·정치 문제로 다른 국가와의 교류를 차단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표시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날 정상회담이 비교적 화기애애했다고 소개했다. 기자회견 뒤 오바마 대통령이 카스트로 의장을 끌어안으려 하자, 카스트로 의장이 쑥쓰러워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한팔을 잡고 피하는 장면은 인터넷에서 계속 회자가 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 뒤 애초에 공동성명 정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공동 기자회견의 형식에 카스트로 의장이 기자들의 질문까지 받은 것은 파격적인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선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을 잘 하지 않을 뿐더러, 기자회견을 하더라도 질문은 받지 않고 끝났다.

워싱턴 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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