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24 15:19
수정 : 2016.04.24 15:48
영 히드로 국제공항 ‘직장맘 수유권’ 논란 휩싸여
유축한 냉동 모유 ‘규정 위반’이라며 전량 폐기
‘아무리 대테러 항공 규정이라 해도, 모유가 확실한데 꼭 폐기처분까지 해야 했을까?’
영국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이 ‘직장맘 수유권’ 논란에 휩싸였다. 한 직장맘이 출장지에서 유축한 냉동 모유를 ‘규정 위반’이라며 전량 폐기한 탓이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 영국
방송 등을 보면, 미국의 직장맘 제시카 코클리 마르티네스는 최근 페이스북에 히드로 공항에서 겪은 ‘모유 폐기 사건’을 공개해 직장맘 수유권 논란에 불을 지폈다. 마르티네스는 얼마전 8개월 된 아들을 떼놓고 보름간의 해외 출장을 떠났다. 아들의 건강을 위해 모유수유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출장지에서 500온스(14.8L)나 되는 모유를 유축했다. 하지만 모유를 냉동시켜 아들 곁으로 돌아가려던 그의 계획은 히드로 공항의 제지로 가로막혔다. 공항 쪽은 규정상 100ml 이내로 밀봉된 액체류만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며, 규정을 초과한 모유 반입을 불허했다. 아이를 동반할 경우 100ml를 초과하더라도 기내 반입이 가능하지만, 아들을 집에 두고 온 그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는 체크인 데스크로 돌아가 모유를 수하물로 부치겠다고 했지만 공항 쪽은 이 역시 허락하지 않았다.
마르티네스는 미국과 영국 공항의 서로 다른 ‘모유 기내 반입 규정’을 몰랐다. 미국의 경우 100ml를 초과하더라도 아기용 모유·분유·쥬스 등은 기내 반입을 허용한다. 하지만 영국에선 지난 2006년 액체 폭발물을 이용한 테러 계획이 적발된 이후 미국보다 더 엄격한 액체 반입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미리 공항 규정을 살펴보지 않은 자신의 실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공항 쪽이 모유를 전량 폐기한 것은 회사와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많은 직장맘들을 좌절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마르티네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히드로 공항이 내 아들의 2주치 음식을 갖다버리게 만들었고, 나도 모욕했다”고 썼다. 이어 “내가 직장에 있을 때 아이에게 수유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축뿐”이라며 “아이를 데리고 다니지 않는 직장맘에게만 모유 반입을 금지하는 것은 믿을 수 없을만큼 불공정하고, 나같은 직장맘들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보안이 중요하긴 하지만 유일한 목표가 될 수는 없다”며 “보안을 이유로 당신들이 보호해야 할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썼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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