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젊은이들과 타운홀 미팅 가진 오바마 미 대통령
바쁜 일정속 코빈 만나 90분간 ‘포스트 산업사회’ 등 토론
영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바쁜 일정을 쪼개어 제러미 코빈(67) 영국 노동당 대표와 특별한 환담 시간을 가져 눈길을 끈다. 노동당은 현재 집권당이 아닌데다, 코빈 대표는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할만큼 정통 좌파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당 대표로 선출되기 전까지는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은 정치인이다.
오바마는 이날 런던 중심가의 왕립 원예문화홀에서 열린 영국 젊은이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코빈과 90분 동안이나 환담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코빈은 이날 만남을 “환상적인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포스트 산업사회가 직면한 도전들, 글로벌 기업들의 권력, 테크놀로지 사용의 증가와 그 영향, 불평등과 빈곤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노동당 대변인은 또 코빈과 오바마가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남아 있을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같이 했다고 설명?다. 영국의 집권 보수당은 오는 6월13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할 때 야당 대표와도 만나는 일은 의례적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오바마가 코빈을 만나는 일정은 이례적으로 오바마의 영국 방문 며칠 전에야 최종 확정됐다고 노동당 쪽은 밝혔다. 이전 노동당 대표들과 달리 코빈은 ‘애틀랜티스트’(대서양을 사이에 둔 북미와 유럽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가 아니며, 공공기업의 국유화를 주장하는 코빈의 정통 사회주의 정책 노선이 미국의 마음에 들 여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번 두 사람의 만남과 반응이 그만큼 이례적이며 기대 이상이란 뜻이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중 마지막이 될 이번 영국 방문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 오바마는 23일 방송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이후에는) 미국이 유럽연합보다 먼저 영국과 뭔가를 협상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과 영국이 양자간 무역협정을 맺는데 최대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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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2일에도 오바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유럽연합에 남을지는 영국 유권자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특수관계에 있는 우방으로서 솔직히 말하건대 미국의 국익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영국의 브렉시트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오바마는 “영국은 유럽연합에 남아있을 때 최고의 상태에 있을 수 있다. 미국인들은 영국의 영향력이 유럽 내에서 계속 커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오마바 대통령은 23일치에 실린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도 “유럽연합은 영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게 아니라 극대화하며, 강한 유럽은 영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강화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런던에서 영국과 미국의 청년 500명과 만난 타운홀 미팅에서 “비관주의와 냉소주의를 떨치고 진보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깨달아라. 진보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고 투쟁과 단련, 신념으로 얻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우리의 문제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고 (그래서) 사람이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 세대가 편안하게 지내왔다고 말할 수 없다”며 “미국 뉴욕의 9·11 테러와 런던에서의 7·7 테러를 겪었고 정보화 시대 속에 사는 등 숨이 막힐 듯한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청년들이 마주한 역경을 이해는 하지만, 비관주의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5년 뒤에 가난이 종식되지 않더라도 포기하거나 냉소주의에 무릎 꿇지 않는다”며 “마틴 루서 킹의 말처럼 ‘우주의 포물선은 길지만, 그 방향은 정의를 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젊은 활동가들이 정치적 절차 바깥에서 (정치권을) 비판하는 대신 정치 지도자와 함께 일하며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 것을 제안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오바마, 런던 타운홀미팅 풀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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