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16 01:35
수정 : 2016.05.16 01:35
신세계 9만여주 등 828억어치
구학서 고문 등 명의로 공시
사업보고서에도 부실 기재
금감원 “지분 1% 못미쳐 경고 결론”
경제개혁연대 “이 회장 차명주식
처음 아냐…엄중 제재 필요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차명 주식을 실명 전환한 이명희(사진) 신세계 회장에게 ‘주식소유 변동상황 보고 의무’를 위반(공시 의무 위반)했다며 경고 조처를 내린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이 회장 등의 공시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해왔다. 앞서 이 회장은 국세청 조사에서 약 800억원어치의 차명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돼 지난해 11월 약 700억원의 추징금을 통보받은 바 있다.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금감원 제재심의실은 이명희 회장과 구학서 고문의 공시 의무 위반 여부를 심의해 경고로 결론 내린 뒤 지난달 초 두 사람에게 이를 통보했다. 나머지 임원에게는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차명 주식은 이명희 회장이 실소유주지만 구학서 고문과 석강·이경상·최병열 등 전 경영진들이 보유한 것처럼 공시해오던 것으로 신세계 9만1296주(0.92%), 이마트 25만8499주(0.93%), 신세계푸드 2만9938주(0.77%) 등 총 37만9733주다.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한 탓에 이 회장과 전 경영진 모두 대주주와 임원으로서 주식 소유 상황을 허위로 보고했고, 신세계와 이마트·신세계푸드 등도 사업보고서에 잘못된 정보를 알려왔다. 이들 주식 가치는 이 회장이 실명 전환했다고 공시한 지난해 11월6일 종가 기준으로 828억원에 이른다.
국세청 조사로 차명 주식 보유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사업보고서 허위·부실 기재, 임원·주요주주 주식 소유 상황 보고 의무 위반 등 각종 공시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웅섭 금감원장이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이번 제재가 이뤄지게 됐다.
금감원은 이번에 공시의무 위반 혐의 가운데 임원·주요주주의 주식 소유 상황 보고 의무 위반을 적용했다. 불공정거래 행위 가운데 하나인 공시 위반은 ‘주의→경고→과징금→검찰 통보 및 고발’ 등의 행정 조처가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차명 주식은 전체 지분의 1%에도 못 미치는데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이거나 주가 조작 등에 이용되지 않아 내부 규정에 따라 경고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경고 조처는 금감원장의 권한이어서 상급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이를 외부에 공표할 의무도 없다.
한편에선 이번 제재 수위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원은 “이명희 회장의 차명 주식 보유가 처음이 아닌데다, 증권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엄중한 제재가 필요했다”며 “금감원이 사실상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경고로 마무리하면서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일게 됐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신세계 쪽은 “개인에게 통보된 것이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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