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02 16:29
수정 : 2016.06.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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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존 레논 컨피덴셜>. 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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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음악가들의 치열한 자리 경쟁으로 한때 다툼과 폭력 난무
음악가들, 2013년 이후 자발적 공연스케줄 배분…평온 되찾아
미국 맨해튼에서 가장 복잡한 거리 중 하나인 ‘웨스트 72번가’는 뉴욕 중심부에 자리한 센트럴 파크와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공원에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매진’(Imagine)이라는 문구가 쓰인 모자이크 조형물이 나온다. 1985년, 존 레논이 총격으로 숨진 뒤 아내인 오노 요코가 직접 땅을 사들여 만든 추모 공간인 ‘스트로베리 필즈’다.
추모 공간의 이름은 비틀스의 노래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Strawberry Fields Forever)에서 따왔다. 존 레논을 추모하는 공간 답게, 스트로베리 필즈 주변으로는 뉴욕의 수많은 ‘버스커’(거리 음악가)들이 모인다. ‘이매진’(Imagine), ‘인 마이 라이프’(In My Life) 등 존 레논을 기억하는 선율들이 버스커들의 손에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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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필즈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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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 추모 공간이 처음부터 평화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스트로베리 필즈가 조성된 뒤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버스커들 사이에서는 이곳이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거리 공연장’으로 입소문이 났다. 자연스럽게 버스커들의 자리 경쟁은 치열해졌고, 공연을 하면서 다툼도 잦아졌다. 2013년에는 자리 다툼 끝에 한 사람이 숨지기도 했다.
버스커들의 폭력이 난무했던 스트로베리 필즈가 다시 평화를 찾은 것은 음악가들의 자발적인 노력 덕분이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특히, 이 곳에서 수 년간 음악을 연주해온 데이브 무니즈(53)의 역할이 컸다. 그는 “만약 버스커들이 싸운다면, 그들에게 ‘다른 곳으로 가서 싸워라’라고 한다”며 “중요한 룰은, 여기는 아이들도 찾아오는 ‘연소자 관람’ 공간이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니즈는 모든 버스커들이 동의할 수 있는 공연 순서를 정하는 데 앞장섰다. 버스커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에 한 시간씩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얻는다. 불만을 없애기 위해 공연 시간대는 교대로 돌아간다. 버스킹를 하려는 음악가로부터 매일 아침 공연 스케줄을 받으면, 이를 정리해서 알려주는 것은 무니즈의 일이다. 무니즈는 “누군가가 시간을 지키지 않고 공연을 하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준다”며 “싸울 일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경찰도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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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필즈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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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자 스트로베리 필즈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가끔 이 곳을 찾아 기타를 연주한다는 지미 달튼 베이커(28)는 “관광객들은 우리가 싸우는 걸 보려고 여기 오는 게 아니다”며 “그들은 존 레논을 추모하기 위해 오는 것이고, 우리는 그 추모에서 사운드트랙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함께 기타를 연주하는 조세 펠리치아노 역시 “만약 존 레논이 살아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모여 공연하는 것은 그가 가장 원하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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