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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31 19:30 수정 : 2005.10.31 19:30

1년에 300일 출장 ‘현대판 유목민’

[지구촌풍경] 글로벌시대 ‘비지니스 노마드’

미국 뉴욕에 사는 물류 컨설턴트인 그레그 브룩스(38)는 집이 없다! ‘집을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에서 살 시간’이 없어서다. 그는 1년 365일 가운데 330일 가량을 외국의 고객 사무실과 특급 호텔, 고급 레스토랑에서 보낸다. 그에게 집이란 출장을 떠나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에 불과하다.

브룩스는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는 이른바 비즈니스 ‘노마드’(유목민)의 전형을 보여준다. 유목민이 말을 타고 초원을 찾아 방랑하듯, 이들은 비행기를 타고 시장을 찾아 헤맨다.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통합되는 글로벌 시대가 낳은 신흥계층인 셈이다.

이들의 세계에 명함을 내밀려면 집 밖에서 보내는 날이 1년에 적어도 300일은 넘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세계화 진전에 따라 ‘300 클럽’ 회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노트북과 비행기로 대표되는 이들의 생활양식에 주목했다.

‘비즈니스 노마드’는 대체로 젊고, 학력 수준이 높으며, 대도시에 거주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독신자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은 가족애나 우정 같은 인간관계보다는 정보 교환이나 사업기회 참여 따위의 상업적 관계를 중시한다. 이들의 문화를 탐구하는 작가 로버트 졸레스는 “이들은 집에 있을 때도 호텔에 있을 때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노마드가 늘면서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사업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노마드 비즈니스 클럽’은 낯선 도시에서 홀로 숙식을 해결하기 일쑤인 이들에게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클럽을 개설한 스테판 버그나우드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낯선 도시에서 혼자 밥을 먹고 술집을 찾는 사람을 상상해보라”며 “이들의 외로움은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젊고 학력 수준도 높아
가족·친구보단 거래관계 중시

이들이 주로 노트북을 들고 움직이고, 국외 여행을 많이 한다는 점에 착안한 사업도 생겨나고 있다. ‘비즈 트래블’은 이들에게 노트북을 들고 탈 수 있는 항공사나 무선인터넷을 싸게 쓸 수 있는 호텔 따위 정보를 제공한다. 독일의 ‘그로워 워터 테크놀로지’는 이들에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집에서 쉴 때 피로를 풀 수 있도록 기능성을 강화한 욕조를 판다.

비즈니스 노마드의 수가 얼마인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도 이들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 외에 이들을 표현할 통계가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마드 비즈니스 클럽’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이들이 전세계적으로 10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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