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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4 20:11 수정 : 2016.09.04 22:09

인도 빈민들에 헌신한 마더 테레사, 선종 19년 만에 시성
프란치스코 교황 “버려진 이들에 몸 낮춘 크리스천 모범”
…권력자들에겐 “그들 자신이 만들어낸 빈곤의 범죄” 질타
시성식 뒤 오찬엔 노숙자 1500명과 수녀들 함께 피자 파티

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마더 테레사 수녀의 시성 미사를 집전하던 중 테레사 수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 소속 수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빈자의 성녀’로 불리는 마더 테레사 수녀(1910~1997)가 성인 지위에 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일 오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10만명 넘는 가톨릭 신자와 인도를 비롯한 13개국 대표단, 전세계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테레사 수녀에 대한 시성식과 미사를 집전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날 시성 미사는 교황청 시성성 장관인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이 테레사 수녀의 약력과 공적을 낭독한 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교회의 이름으로 그를 성자로 추대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랜 심사숙고와 성령의 도움을 간구하는 기도, 그리고 주교들의 자문을 거쳐 우리는 콜카타의 축복받은 수녀 테레사를 성인으로 선포하고 온 교회의 존경을 받는 성인 품에 올립니다”라고 응답했다. 테레사 수녀가 인도 동부 콜카타에서 빈민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다 1997년 9월5일 선종한 지 꼭 19년 만에 전세계 13억 가톨릭신자의 추앙을 받는 성인 품에 드는 순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테레사 수녀는 지치고 버려진 사람들에게서 신의 존귀함을 보고 몸을 낮췄다”며 “가장 가난한 이들을 돌본 테레사 수녀는 오늘날 크리스천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테레사 수녀는 세계의 권력자들에게 ‘그들 자신이 만들어낸 빈곤이라는 범죄’를 깨달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냈다”며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질타했다. 교황은 특히 “그들 자신이 만들어낸 빈곤의 범죄”라는 표현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교황은 전날에도 “굶주림과 질병, 착취로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무관심은 엄중한 현대판 죄악”이라고 경고했다. 4일 시성식 뒤에 열린 오찬에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초대받은 노숙자 1500여명이 ‘사랑의 선교회’ 수녀 및 성직자들과 함께 앉아 피자를 먹었다.

마더 테레사 수녀에 대한 시성식이 거행된 4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전세계에서 모인 수만명의 인파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시성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테레사 수녀가 콜카타에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에서도 이날 특별미사가 봉헌됐다. 테레사 수녀 묘지에서는 대형 텔레비전 모니터로 바티칸 시성식이 생중계됐다. 현장에는 선교회 수녀들뿐 아니라 수많은 주민이 이른 아침부터 모여 노래 부르며 가슴 벅찬 순간을 지켜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마리아 리사 수녀는 “오늘은 환희의 날, 감사의 날, 축복의 날”이라며 “오늘을 테레사 수녀의 대의를 더욱 기리는 날로 승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레사 수녀는 1910년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났다. 18살 때인 1918년 아일랜드로 이주해 로레토 수녀회에 입회했다. 이듬해 인도 다르질링에 있는 수녀회 분회에서 수련을 마치고 교사 생활을 하다가 1946년 콜카타로 옮겨가 ‘사랑의 선교회’를 세우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천주교에서 성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기적’을 증명해야 하는 등 생전의 삶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복잡한 절차 때문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 그러나 테레사 수녀는 이미 생전에 가톨릭 교단을 넘어 세계적으로 폭넓은 평판을 얻은데다, 전·현직 교황들의 적극적 관심과 의지에 힘입어 이례적으로 빨리 성인 반열에 올랐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테레사 수녀가 선종한 지 불과 2년 만에 성인보다 한 단계 낮은 ‘복자’로 추대하는 시복 절차를 개시해, 2003년 그를 복자 품위에 올렸다. 시복의 필수 조건인 ‘기적’으로는 1998년 위 종양을 앓던 인도 여성 모니카 베스라(49)가 테레사 수녀의 기도와 돌봄으로 치유된 사례가 인정됐다. 앞서 1986년 요한 바오로 2세는 콜카타를 직접 방문해 테레사 수녀의 활동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이어 지난해 12월 다발성 뇌종양을 앓던 브라질 남성 마르실리우 아다드 안드리누(43)가 2008년 테레사 수녀에게 기도한 뒤 완치된 것을 두 번째 기적으로 인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청빈’을 강조해온데다, 지난해 12월 선포해 올해 11월 막을 내리는 ‘자비의 희년’에 맞춰 테레사 수녀에 대한 시성식을 거행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마더 테레사 수녀의 삶

▲1910년 오스만 제국령 마케도니아에서 출생

▲1928년 아일랜드로 이주, 로레토 수녀회 입회

인도 다르질링에 있는 분원으로 수련 교육 파견

▲1931~37년 수녀회 운영 학교에서 지리·역사 교사로 활동

▲1946년 인도 콜카타로 이주, 빈민 사목 시작

▲1948년 인도 시민권 취득, 자선단체 ‘사랑의 선교회’ 설립

▲1952년 빈민층 호스피스 시설 ‘임종자의 집’ 개설

▲1955년 고아·노숙 어린이 돌봄시설 ‘때 묻지 않은 어린이들의 집’ 개설

▲1962년 막사이사이상 수상

▲1968년 한센병 환자 공동체 ‘평화의 마을’ 개설

▲1975년 회복 가능한 환자들 위한 장기요양시설 ‘사랑의 선물’ 개설

▲1979년 노벨 평화상 수상

▲1989년 두 번째 심장마비로 입원

▲1997년 선종

▲200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테레사 수녀에 복자 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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