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04 17:12
수정 : 2016.12.04 22:21
“국회에 퇴진 조건 요구는 지연 전술”
“4월 퇴진은 분노한 민심 달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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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주간 <이코너미스트>가 3일(현지시각)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사임이 한국의 민주주의에 좋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코노미스트> 웹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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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과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에 대한 외신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가 3일(현지시각) ‘왜 박근혜는 사임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한국 상황을 진단하고 대통령 사임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를 먼저 생각하라”며 즉각 사임을 권유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박 대통령은 몇달동안 표류하고 있는 나라에 더는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며 “박 대통령이 국회에 퇴진 조건을 설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결국 고통만 연장시키는 의심스런 지연 전술로 보이며, 한국에 불필요한 해만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잡지는 또 “대통령 지지율은 불과 4%로, 한국인은 (그의) 유·무죄를 떠나 질려버렸다”며 “박 대통령이 지금 같은 재앙에서 벗어날 길은 없지만, 지금 서커스를 끝내면 약간의 품위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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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6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횃불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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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째 이어진 대규모 촛불 집회에 대해서도 외신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3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 나온 한 시민이 “더 이상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말을 한마디도 믿지 않는다. 대통령이 법을 존중하지 않는데 어떻게 자녀들에게 법을 존중하라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며, “박 대통령의 ‘4월 퇴진’도 거리로 쏟아져나온 시민들을 달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이피>(AP) 통신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일부는 수시간 동안이나 청와대 근처에서 박 대통령 ‘사임’을 넘어 ‘체포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외신들이 ‘박근혜 게이트’에 큰 관심을 갖고 ‘사임’까지 주장하는 것에 대해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언론학)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큰 권한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신뢰와 자격을 상실한 상태에서 ‘정상 국가’라면 국민의 뜻으로 민주 질서를 회복하는 게 옳다는 시각을 밝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신들은 폭발적인 민심의 분출이 수백만명이 모인 평화적 집회로 나타나는 것도 ‘직접 민주주의의 저항권’의 놀라운 실현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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