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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10 16:57 수정 : 2017.01.10 17:35

지난 4일 안토니우 구테헤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본부에서 세계 전역에서 임무 중 순직한 유엔 직원들을 추모하는 화환을 놓은 뒤 돌아서 나오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10일 취임 뒤 유엔안보리서 첫 연설
9일엔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 기고
세계 평화, 여성 인권, 유엔 개혁 강조

지난 4일 안토니우 구테헤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본부에서 세계 전역에서 임무 중 순직한 유엔 직원들을 추모하는 화환을 놓은 뒤 돌아서 나오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새해 첫날 임기를 시작한 안토니우 구테헤스(67)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을 상대로 연설을 한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유엔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취임 뒤 첫 연설에서, 유엔의 개혁과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 등 국제 위기의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의 증대를 강조하고 호소할 예정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포르투갈 총리(1995~2005)와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2005~2016)를 역임한 난민 전문가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앞서 9일 미국 시사 주간 <뉴스위크> 온라인판에 실린 기고에서 자신의 구상을 미리 밝혔다. 그는 먼저 “오늘날 전쟁은 승자가 없이 모두가 패자”라며 “현재 국제사회의 최대 결점은 분쟁 예방과 글로벌 안보 유지에 실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엔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와 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염원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돌이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평화를 위한 외교의 부흥을 촉구하고 2017년을 평화의 해로 만들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각국이 인권 존중을 국내외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며 “서로의 차이를 평화적이며 사람들과 세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결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테헤스 총장이 유엔 조직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여성의 권리 향상을 약속하고, 유엔 운영의 단순화, 분권화, 유연화를 통한 내부 개혁의 긴급함을 강조한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유엔 조직이 그동안 지나치게 관료주의에 물들고 비효율적으로 운용돼 왔다는 비판적 인식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안토니우 구테헤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업무를 시작한 지난 3일 유엔본부에서 유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다음은 구테헤스 사무총장의 <뉴스위크> 기고 전문이다.

학창 시절 역사책을 읽었을 땐 모든 전쟁에 승자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전쟁에선 아무도 승자가 되지 못한다는 게 갈수록 명확해진다. 모두가 패자다. 당장 시리아 전쟁만 봐도 그렇다. 한 나라의 분쟁은 국제적 동요를 만든다. 수년간의 처참한 전투는 시리아 전역을 재앙에 빠뜨렸고 세계를 오싹하게 했다. 수십년간 이룬 경제 발전이 파괴됐다. 수백만명의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박탈과 저개발과 급진주의와 분쟁의 악순환에 노출된다.

세계 전역에서 분쟁은 더 복잡해지고 서로 연결되면서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과 인권 침해를 낳는다. 사람들이 지난 수십년간 본 적이 없었던 규모로 집을 잃고 피난하고 있다. 글로벌 테러리즘이 모든 지역을 위협한다. 한편, 기후변화, 인구증가, 급속한 도시화, 식량 위기, 물 부족 같은 문제들이 긴장과 불안정을 더한다.

오늘날 국제사회의 최대 결점은 분쟁 예방과 글로벌 안보 유지에 실패한 것이다. 나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평화를 위한 외교의 부흥을 촉구하고 2017년을 평화의 해로 만들 것을 호소한다.

유엔은 전쟁으로부터 탄생했다. 오늘날 우리는 평화를 위해 이곳(유엔)에 있어야 한다. 분쟁 예방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즉 법제를 강화하고 회복력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나 많은 분쟁들이 공민권 박탈과 (소수자 집단의) 소외에서 비롯한다. 이는 인권 존중을 국내외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걸 뜻한다. 또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장 중요한 조처인 여성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전쟁이 벌어진 곳에서는 중재와 함께 영향력 있는 모든 나라들이 뒷받침하는 창조적 외교가 필요하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은 걸맞은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유엔, 그리고 저는 언제 어디서든 분쟁 해결에 개입할 준비가 돼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세계 각국이 불안정과 갈등의 길이 아니라 각각의 차이를 평화적이며 사람들과 세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결해가도록 해야 한다.

유엔은 최근 몇년새 이를 위한 중요한 행보를 내딛었다. 특히, 2015년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채택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2030 어젠다’는 세계를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하며 살 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이다.

이 어젠다의 이행, 그리고 구체적인 17개 지속가능 개발 목표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 그리고 국제 금융기관들을 포함한 행동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 및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필수적이다.

나는 또 유엔 시스템의 개혁과 단합을 통해 회원국들이 그런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하는 데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

첫째, 우리는 평화를 이루고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일치와 지속성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분쟁 중인 국가나 실질적 평화가 없는 나라에서 불가능한 임무에 직면하는 경우가 너무 잦다.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의 범위에 대한 더욱 명료한 개념과 공유된 이해를 바탕으로, 분쟁 예방과 해결, 평화 건설과 발전의 연속성을 이루기 위해 긴급한 개혁의 길을 닦아야 한다.

둘째, 우리는 단순화, 분권화, 유연화를 통해 유엔의 내부 운영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유엔은 (활동의) 과정보다 도달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책임지는 문화, 강력한 수행 관리, 내부고발자들의 효율적인 보호를 약속한다.

양성 평등도 매우 중요하다. 나는 여성들이 유엔의 고위직에서 적절한 자리를 갖도록 할 것이며, 유엔 기구들의 모든 직위에서 더 많은 여성들을 채용하는 분명한 로드맵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필수적 개혁들은 나라 안팎을 막론하고 지도자와 시민들과 기구들 간의 신뢰에 달려 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나아가야 한다. 세계 지도자들은 자국민들뿐 아니라 글로벌 안정과 연대에 헌신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때다.

또 우리 모두는 인류 공통의 인도주의의 가치, 모든 종교의 근본적인 가치, 그리고 유엔 헌장의 기초인 평화·정의·존중·인권·관용·연대의 가치들을 기억해야 할 때다. 힘과 영향력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런 이상을 되살리기 위한 특별한 책임이 있다. 우리는 현재 엄청난 지구적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가 함께 할 때에만 해결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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