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1.26 10:13
수정 : 2017.01.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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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본부를 찾아 직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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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방송 인터뷰에서 “불에는 불로 싸워야 한다”며 고문 필요성 주장
법무장관·중앙정보국 국장 등 내각 의견과는 배치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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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본부를 찾아 직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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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범죄자에 대한 물고문은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며, 관련 내각의 조언을 받아 물고문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중세 시기 이후 누구도 듣지 못했던 짓을 하는데, 내가 ‘워터 보딩’에 강하게 끌리지 않겠는가”라며 “내가 아는 한, 우리는 ‘불에는 불’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터 보딩’은 얼굴에 천을 씌우고 물을 부어, 호흡을 힘들게 하는 고문의 일종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 수사에 워터 보딩을 사용해왔는데, 인권 침해 논란이 일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물고문을 금지했고, 2015년에는 법으로도 금지됐다.
트럼프는 이어 “이슬람국가는 포로를 참수하고 온라인 영상을 올리는데, 미국에서는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고문은 절대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 국장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면서도, “하루 전 고위 정보 당국자와 논의했는데, 고문이 효과가 있냐는 나의 질문에 그들의 답은 ‘그렇다’였다”며 물고문의 효용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이어 멕시코 장벽 건설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위해 국토안보부를 찾았을 때에도 기자들을 향해 “급진단체는 중동에서 종교 때문에 사람들을 처형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건 공평한 경기가 아니다”며 고문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가 강조하는 고문 부활의 필요성은 내각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는 지난 10일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물고문은 명백한 불법이다. 법망을 피해서 물고문을 부활시킬 수 있는 묘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 국장 역시 상원 청문회에서 “(물고문을 금지하고 있는) 현재의 법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은 25일 미국 중앙정보국이 운영한 비밀 감옥의 부활,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존치 등을 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테러 관련 행정명령 초안을 공개했다. ‘블랙 사이트’로도 불리는 중앙정보국의 비밀 감옥은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뒤 미 국내와 국외 여러 곳에 설치됐는데, 고문 논란 등으로 인권 침해 비난이 일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뒤 폐쇄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초안 공개에 대해 “출처가 어딘지 모르겠다”며 백악관 문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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