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04 18:19
수정 : 2017.04.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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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에서 3일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전동차 출입문이 크게 파손돼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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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사제폭탄 폭발
14명 숨지고 50여명 부상…푸틴 현장 헌화
지난달 런던 의사당 테러 등 유럽 테러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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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에서 3일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전동차 출입문이 크게 파손돼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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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에서 벌어진 폭탄 공격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출신 극단주의자의 자살 폭탄 테러로 추정된다고 러시아 수사당국이 밝혔다.
러시아 수사당국과 키르기스스탄 정보당국은 4일 키르기스스탄 출신 러시아 국적자인 아크바르존 잘릴로프(22)가 이번 사건의 용의자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이슬람 극단주의 그룹과 연계돼 있었고, 백팩에 폭발물 장치를 넣은 채 지하철에 탑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잘릴로프는 2011년 러시아 국적을 취득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식당 등에서 일했고, 2015년 이후 종적을 감췄다고 지인들은 말했다. 옛 소련 중앙아시아 출신자들은 러시아에서 저임금 노동자로 많이 일하고 있다. 옛 소련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러시아 정부는 이들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전날 오후 2시40분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센나야 플로샤디 역과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 역 사이 구간을 달리던 지하철 객차 안에서 발생한 폭발로 14명이 숨지고 50명 이상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폭발이 일어난 지하철역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5개 지하철 노선 가운데 ‘청색 노선’에 속하는 역으로 시내 중심에서 가깝다. 폭발은 사고 전동차의 세번째 객차에서 일어났는데, 폭발물의 위력은 티엔티(TNT) 200~300g 수준이며, 사제 폭발장치 안에는 살상용 철제 파편들이 들어 있었다. 폭발의 위력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철제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사상자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가운데 일어났다. 푸틴 대통령은 폭발 현장을 찾아 헌화했다. 2015년 러시아가 시리아에 파병한 이후 이슬람국가(IS)는 러시아에 대한 테러를 위협하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으나, 이번 사건과 이슬람국가와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국가대테러위원회는 폭발 사고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의 다른 노선에 속한 ‘플로샤디 보스타니야’ 역에서도 사제 폭탄이 발견돼 해체했다고 밝혔다. 4일에도 테러 위협 전화가 걸려와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지 언론은 수사당국이 폭발물 운반에 가담한 용의자들을 쫓고 있다고 전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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