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10 22:07
수정 : 2017.05.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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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30일 쿠르드계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 병사가 이슬람국가(IS) 거점지역 시리아 북부 락까 근처 지역인 타브카를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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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근거지 락까 탈환 위해 결정
터키 “국내 테러집단과 쿠르드 연계…
대IS전에서 쿠르드 제외” 주장해와
‘중동 우방’ 미-터키 관계 삐걱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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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30일 쿠르드계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 병사가 이슬람국가(IS) 거점지역 시리아 북부 락까 근처 지역인 타브카를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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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이들을 자국 내 분리주의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하는 터키와 미국의 관계가 삐걱거릴 조짐이 보인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원으로 미국의 중동 대테러전 등에 있어 중요한 우방이다.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국가의 주요 거점인 시리아 북부 락까를 탈환하기 위해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에 무기를 지원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9일 전했다. 지원 예정인 무기는 대전차 무기, 대구경 기관총, 박격포 등이다. 미 국방부는 이들이 “가까운 미래에 락까를 성공적으로 탈환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최근 이슬람국가 최대 거점 지역이자 락까와 접한 이라크 모술 탈환 작전이 진전을 보이면서 이뤄졌다. 미군 사령관들은 모술과 락까를 동시 공략해 이슬람국가를 여러 전선으로 분산시키자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쿠르드계에 대한 무기 지원은 터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가 터키 내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해온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이슬람국가 퇴치전에서 쿠르드 민병대를 제외하자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터키의 주장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묵살해왔다.
미국은 무기 사용처를 엄격하게 제한할 것이라며 터키를 다독였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동맹인 터키의 안보 고민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미국은 나토 동맹을 지키고 추가적인 안보 위협을 막을 것이다. 터키 정부와 터키 국민이 안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에 대해 터키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설득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알자지라>를 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달 “오바마는 쿠르드노동자당에 대한 터키와의 상호 합의를 기만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러지 않으리라 믿는다. 테러리스트를 테러리스트로 퇴치할 순 없다”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고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공식 지원은 이번에 승인됐지만, 미국의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비공식적 지원은 이전 정부부터 지속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다음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뉴욕 타임스>는 앤드루 엑섬 전 미 국방부 중동정책 최고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쿠르드 무기 지원) 결정은 아마도 많은 수의 미군을 직접적으로 투입하지 않고 이슬람국가를 락까에서 퇴출하기 위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결정은 앞으로 수십년간 터키와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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