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03 17:14
수정 : 2017.07.0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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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스타트업의 데이브 매클루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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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경영자들 잇따라 사임
성적 메시지에 접촉, 결혼 요구까지
우버는 사내 성희롱 문제로 곤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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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스타트업의 데이브 매클루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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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고용해야 할지 아니면 작업을 걸어야 할지 헷갈려.”
2014년 일자리를 찾고 있던 세라 쿤스트에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유명 벤처캐피털 ‘500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 데이브 매클루어가 채용 소식 대신 보낸 페이스북 메시지다. 현재 건강 관련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쿤스트가 이 이야기를 500스타트업에 전했을 때 해당 회사는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달 30일 <뉴욕 타임스>에 쿤스트의 증언이 게재되자 매클루어는 바로 사임했다. 그는 1일 자신의 블로그에 “일 관계로 얽힌 여러 여성들에게 접근했다”고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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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너리 캐피털의 저스틴 콜드벡.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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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여성 창업자들이 벤처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성희롱을 당했다는 증언이 빗발치고 있다. 벤처캐피털인 바이너리 캐피털의 공동창업자인 저스틴 콜드벡 또한 지난달 6명의 여성 창업자를 성희롱했다는 증언에 직면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린지 마이어는 2015년 콜드벡이 2만5000달러(약 2900만원)를 투자하면서 “당신이 나를 매료시킨다”, “왜 내가 아닌 당신의 남자친구와 함께하고 있느냐” 등 성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자신을 더듬고 키스하기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인 마이어는 “나는 그것(성희롱)이 백인 여성 사업가가 아니라서 지불해야 하는 대가이므로 참아야 한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콜드벡은 지난달 회사를 떠났지만, 투자자들은 바이너리 캐피털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투자 대가로 잠자리를 제안하거나 결혼하자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성희롱을 저지른 뒤 그 사실을 발설하면 투자금이 끊길 것이라는 협박도 있었다. 구글 임원 출신 투자자인 로어케이스캐피털의 크리스 사카도 가해자로 지목됐다. 지난달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퇴사한 여성 엔지니어의 성차별 폭로를 계기로 성희롱, 성차별을 포함한 215건 사건을 조사해 20명을 해고했고,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이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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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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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는 여성 창업자들이 성희롱에 시달리는 이유로 투자자와 창업자 대부분이 남성인 환경을 지적했다. 지난해 여성 창업자가 유치한 투자금은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지만 남성 창업자들이 받은 투자금은 582억달러(약 66조7000억원)다. 이 매체는 “투자를 유치하거나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여성들이 이런 부적절한 행동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인 페이블 쿠르다가 2014년 투자를 대가로 잠자리를 제안한 것을 폭로한 여성 창업가 게쉐 하스는 “성희롱을 증언하는 여성들이 나타나면서 업계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었다”며 공론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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