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04 15:43
수정 : 2017.07.04 21:44
2014년 카타르 국왕한테 팔린 <언제 결혼하니?>
당시 3억달러에 팔린 것으로 알려져…최고가 기록
수수료 소송에서 9천만달러 적은 2억1천만달러로 정정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인정받아온 폴 고갱의 그림이 거래를 둘러싼 소송 때문에 최고가 지위를 ‘박탈’당했다.
<뉴욕 타임스>는 고갱이 1892년에 그린 유화 <언제 결혼하니?>의 거래가가 애초 알려진 3억달러(약 3453억원)가 아닌 2억1천만달러(약 2417억원)라는 주장이 소송 과정에서 제기됐다고 3일 보도했다. 고갱이 타히티 이주 초기에 그린 이 작품은 2014년 당시 알려진 거래가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라는 영광을 얻었다.
그러나 수수료 소송이 벌어지면서 이 그림의 가치는 상당히 깎였다. 이 그림은 소더비경매 경영자 출신인 루돌프 슈테헬린이 2014년 9월 카타르 쪽에 3억달러에 팔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이 거래를 중개한 스위스 경매 사업가 시몽 드퓌리가 수수료 1천만달러를 받지 못했다며 슈테헬린을 상대로 낸 소송이 지난달 28일 영국 고등법원에서 시작됐다. 드퓌리는 구매자인 가이 베넷을 연결시켜준 대가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고갱의 그림이 베넷을 거쳐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에게 넘어갔다고 소송 서류에서 밝혔다. 또 수수료 약정을 문서로 하지는 않았지만 고가 미술품시장에서는 “상호 신뢰에 기초한 신사적 매너”에 따라 구두 계약이 흔하다고 밝혔다.
슈테헬린은 드퓌리가 거래에 간여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수수료를 줄 의무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오히려 드퓌리가 매수 희망 가격을 속이는 바람에 싼값에 팔아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슈테헬린의 변호사는 “속임수가 없었다면 2억1천만달러라는 가격을 수용하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드퓌리는 수수료를 챙길 권리가 없다”고 말해, 이 그림의 실제 판매가는 애초 알려진 것보다 9천만달러가 적다는 점을 인정했다.
고가 미술품시장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밝히는 액수 외에는 따로 판단할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격의 정확성은 종종 논란이 돼왔다. <언제 결혼하니?>가 1위 자리에서 탈락하면서 최고가 기록은 3억달러에 팔린 것으로 알려진 빌럼 더 코닝의 <인터체인지>가 단독으로 보유하게 됐다. 2011년 카타르 정부에 팔린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은 2억5천만달러라는 판매가를 기록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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