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28 17:09
수정 : 2017.07.2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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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스캐러무치 백악관 공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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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기자와 통화 “정보 유출자 죽이고 싶다”
프리버스 두고 “지독한 편집증적 정신분열증 환자”
CNN 인터뷰에선 “프리버스와 난 카인과 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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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스캐러무치 백악관 공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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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임명된 앤서니 스캐러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이 자신의 재산 내역을 언론에 유출한 범인으로 레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지목하고 입에 담긴 어려운 폭언을 쏟아냈다. 최고 권력기구에서 ‘신출내기’ 관료가 ‘넘버 2’인 대통령 비서실장을 욕보인 비정상적 상황은 백악관의 난맥상과 함께 내부 권력투쟁의 표출을 뜻한다.
스캐러무치 국장은 26일 밤 트위터에 “내 재산 명세서를 유출한 것은 중대 범죄다.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에 연락하겠다. 오물은 프리버스”라고 글을 올렸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그의 자산이 5000만달러(약 560억원)가 넘는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언급된 자료는 기자가 정보윤리청(OGE)을 통해 알아낸 것이었다. 스캐러무치 국장은 이후 트위트를 삭제했으나, 다음날 작심한듯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프리버스 실장이 유출자가 아니라고 설명하길 바란다면 그대로 두라”며 “난 정직하다. 핵심으로 바로 들어갈 것”이라고 선전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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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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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밀 유출자를 찾으려고 대통령 보좌진과 공보국 직원들을 면담했다”며 “대통령과 난 유출한 관료가 누구인지 잘 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50년 전이라면 반역 행위이고 교수형을 당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어 프리버스 실장과 자신을 창세기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에 비유하면서 “어떤 형제는 카인과 아벨 같다. 이 관계 회복은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창세기에서 카인은 동생 아벨을 살해한다. 자신과 프리버스 실장의 관계가 이토록 험악하다고 표현한 셈이다.
스캐러무치 국장은 이날 밤 <뉴요커> 기자 라이언 리자와 통화하면서 욕설까지 동원했다. 그는 “정보 유출자를 죽이고 싶다”며, 프리버스 실장을 두고 “염병할(fucking) 편집증적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욕했다고 한다. 또 자신의 임명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대해 “나는 (그처럼) 대통령 힘을 이용해 내 브랜드 키우는 짓은 안 한다. 나라를 위해 여기 있다”라고 조롱했다.
스캐러무치 국장의 따발총 같은 비난과 욕설 공세에 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변에는 비주류적이고 거친 언사를 일삼는 이들이 포진했지만, 스캐러무치의 좌충우돌은 다른 모든 이들을 무색하게 만든다. <에이피>(AP) 통신은 “그의 위협과 모욕이 백악관 내 권력 투쟁에 불을 댕겼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공개적 집안 싸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스캐러무치는 이목을 끌기 좋아하고 호전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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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스캐러무치 백악관 신임 공보국장(오른쪽)이 27일 <시엔엔>(CNN)과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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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러무치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빼닮은 거침없는 언변으로 ‘미니 트럼프’로 불린다. 뉴욕 출신으로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골드만삭스의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지난해 정권 인수위에 참여해 정계에 발을 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그를 프리버스 실장의 후임으로 염두에 두고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소불위적 언행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스캐러무치 국장은 선임 이틀 뒤 신임 백악관 대변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를 두고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이 맘에 들었다. 그(미용) 담당자와 계속 일했으면 한다”고 말해 여성단체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은 스캐러무치의 선임에 반발해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커지자 스캐러무치 국장은 27일 밤 다시 트위터에 “가끔 색깔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자중하겠지만 트럼프 정부 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열정적 싸움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3시간 후엔 다시 “(욕설은) 기자를 믿고 한 실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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