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30 17:26
수정 : 2017.07.3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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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된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왼쪽)과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오른쪽)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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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버스 실장에게 “파리 잡으라” 명령했다는 증언도
신임 비서실장은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안팎으로 악재에 휩싸인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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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된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왼쪽)과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오른쪽)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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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백악관 최고위 참모인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전격 해임했다. 프리버스 실장은 임명 189일만에 쫓겨나는 불명예를 안았다. 후임은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로 이 소식을 전하며 켈리 장관을 두고 “우리 내각에서 진정한 스타”라고 치켜세웠다. 프리버스 실장에 대해서는 “그가 한 일과 국가에 대한 헌신에 감사하다”며 “함께 많은 일을 했다.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비서실장 교체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앤서니 스캐러무치 신임 백악관 공보국장이 프리버스 실장을 두고 모욕적인 비난을 쏟아낸 지 하루 만에 해임 발표가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 파리가 날아들자 프리버스 실장을 불어 들여 “파리를 잡으라”고 명령했던 일화를 들며, 프리버스의 해임이 ‘시간문제’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흥분해 프리버스 실장에 대한 불만을 직원들에게 쏟아냈다”며 “이런 불평을 평소에 한 번 했다면 최근엔 20번씩 했다. 신뢰가 완전히 손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서실장에게 하찮은 일을 시키는 것은 백악관에서도 일상적 행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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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28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를 해임했다. 앤드루스 공군기지/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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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신임 비서실장은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이다. 강직한 인품으로 군 내부에서 신뢰가 높았다고 한다. 안보 이슈에 강경 기조를 펴면서도 소신을 지킨 인물로 평가된다. 2003년 이라크전 당시 해병대 준장으로 이라크 사마라·티크리트 진군 작전을 지휘하며 이름을 날렸다. 2012년부터 4년간 남부사령관으로 일했다. 그의 아들인 로버트 켈리 중위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 파병 중 폭탄 공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존 맥래플린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은 “켈리는 동물원의 동물까지도 질서를 지키게 할 만큼 규율적인 사람”이라면서 “위험 요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점점 더 위기에 빠져드는 가운데, 숀 스파이서 백악관 전 대변인에 이어 프리버스 비서실장까지 온건파들을 내쫓고 스캐러무치 공보국장 등 강경파 측근들을 기용해 백악관 2기 진용을 짜고 있다. 더욱 노골적인 ‘마이웨이’식 국정운영을 예고한 것이다.
내우외환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되는 악재들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의 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러시아·북한·이란 관련 추가제재법 통과 등 복잡한 외교 난제들이 줄지어 있다. 또 백악관 내부 불화를 잠재울 리더십도 절실하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6개월 재임 동안 입법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폭스 뉴스>는 비서 실장 교체에 이어, 트럼프와 대립하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또한 조만간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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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이자 트럼프의 측근인 앤서니 스캐러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이 25일 백악관 웨스트윙으로 향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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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강조해온 ‘오바마 케어’ 폐지가 뜻대로 되지 않자 이날도 공화당 일부 의원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공화당과의 불화도 깊어지고 있다. 그는 트위트에 “상원 공화당 의원이 바보같이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며 “새로운 건강보험법이 승인되지 않으면 보험회사에 대한 지원금 지급과 상원의원에 대한 보험 혜택을 중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바마 케어 일부를 폐기하는 일명 ‘스키니법안’ 상원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리사 머코스키, 수전 콜린스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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