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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21 15:09 수정 : 2017.09.21 22:02

로하니 이란 대통령 “미국이 협정 파기하면 단호히 대처”
“불량 국가” 비난한 트럼프 겨냥해 “신참 불량배” 응수
EU 등 “핵협정 유지할 것”…‘미국 vs 다수’ 대립 구도
이란 핵협정 파기 땐 북핵 협상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0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만큼이나 거친 공격을 받은 이란이 핵협정 파기 때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기 경고 탓에 이번 총회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이란 핵협정에 대해 유럽은 협정 준수를 촉구해 또다시 ‘미국 대 다른 국가들’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세계 정치에 등장한 신참 불량배에 의해 핵협정이 파기된다면 매우 유감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이 먼저 협정을 깨지는 않겠다면서도 “어떤 당사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신참 불량배”라는 표현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북한, 베네수엘라와 함께 “불량 국가”라고 비난한 것에 응수한 것이다.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은,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맺은 핵협정이 깨지면 상응하는 행동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란 핵협정은 핵활동 제한 대가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핵협정을 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솔직히, 이란 핵협정은 미국에게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20일 기자들에게 협정 지속 여부와 관련해 “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려주겠다”며 내용은 함구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미국 국무부조차 이란이 협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이 테러 조직을 지원하는 등 중동 평화를 해친다는 이유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이란은 지역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주권국들을 뻔뻔하게 위협하면서 핵협정의 정신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역시 핵협정 당사자들인 유럽 국가들과 유럽연합(EU)은 미국의 협정 파기 시도에 반대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이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점에 대해서는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협정 무효화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협정 당사국 대표 회동 뒤 “모든 당사국들이 협정을 준수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양자 협정이 아니라 유엔 안보리 결의인 이 협정이 유지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움직임을 다른 나라들이 일제히 반대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란이 협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협정을 파기한다면 미국의 대북 협상 문을 닫아버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미국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상대로 여기고 협상에 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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