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08 18:48
수정 : 2017.10.0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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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7일 <뉴욕 타임스>에 소설가 한강의 글이 실렸다. 사진은 <뉴욕 타임스> 누리집에 있는 해당 글 이미지.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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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북핵실험 때도 초연’ 외신 지적에
“오랜 세월 축적된 공포 우리 내부에” 반박
‘전쟁 일어나도 미국 아닌 한반도’ 미국 막말 비난
“대리전 원치 않아…평화 아닌 해결책 의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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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7일 <뉴욕 타임스>에 소설가 한강의 글이 실렸다. 사진은 <뉴욕 타임스> 누리집에 있는 해당 글 이미지.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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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도,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와중에도, 남한의 학교, 병원, 서점, 꽃집, 극장, 카페는 여느 때와 같이 문을 연다. 어린이들은 노란 스쿨버스에 오르고 창문 너머 부모에게 손을 흔든다. 연인들은 꽃과 케이크를 들고 카페로 향한다. 그런데 이 고요함이 정말 한국인들이 이런 상황에 무심하다는 것을 증명하는가? 모두가 진정으로 전쟁의 공포를 초월한 건가? 아니,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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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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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47)이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 7일치(현지시각)에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말폭탄을 던지며 한반도의 전쟁 공포를 키우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한강은 외신들이 의아해하는 것처럼 한국인들이 초연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고에서 “오히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긴장과 공포는 우리 내부 깊은 곳에 파고들어 평범한 대화에서조차 일순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적었다. 그는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우리는 긴장이 점차 커지는 것을 목도했다”며 “사람들은 집 혹은 직장에서 가장 가까운 방공호를 찾기 시작했다. 추석을 앞두고 몇몇 사람들은 평소 준비하던 과일 상자가 아니라 손전등, 라디오, 구급약, 과자가 든 ‘생존 배낭’을 선물로 준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기고에서 한국인에게 전쟁은 가까운 사람들을 위협하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의 전쟁이 될지도 모르는, 점차 고조되는 말의 전쟁이 우리는 두렵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 반도의 남쪽에는 5000만명이 살고 있기 때문이며, 그중 70만명의 유치원생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강은 기고에서 한국전쟁 때 미군이 민간인을 죽인 노근리 학살 사건을 언급하며 “그들이 한국 피난민을 ‘인간 이하’로 인식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가능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들려오는 뉴스가 “위험할 정도로 익숙하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알려진 ‘걱정 마라. 전쟁은 미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오직 한반도에서 일어난다’ 등을 인용했다.
한강은 최근 트럼프의 “한국은 하나만 안다”는 발언을 “맞다. 한국인들은 정말 하나만 알고 있다. 평화가 아닌 다른 해결책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승리’는 공허하고 터무니없고 불가능한 구호라는 것을 말이다”라고 되받아쳤다. 한국전쟁을 “열강에 의해 한반도에서 치러진 대리전”이라고 본 그는 “또 한 번의 대리전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기 한반도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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