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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3 19:46 수정 : 2005.11.23 19:53

“이슬람세력 테러 이면에 미국 야만성도 보라” 한국온 이슬람 지도자 이크라마 사브리

“이슬람세력 테러 이면에 미국 야만성도 보라”

  세계 57개국에서 14억이 믿는 종교, 이슬람이 뜨겁고 민감한 논쟁의 한가운데 서 있다.

 알카에다의 9·11 동시테러와 미국 주도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은 서구와 이슬람권의 대립 구도를 만들어냈고, 이슬람과 테러를 연결시키는 편견도 강해지고 있다.

 이슬람의 한국 전래 50주년을 기념해 24~27일 이태원의 서울중앙성원과 워커힐호텔 등에서 열리는 ‘아시아에서의 이슬람과 타종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한국에 온 예루살렘 그랜드 무프티(이슬람 수니파에서 최고위 지도자)인 이크라마 사브리(60)를 만났다.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그는 세계 3대 종교의 성지이자 이슬람의 3대 성지인 예루살렘을 관할하고 있다.

 최근의 요르단 암만 호텔 폭탄테러까지 알카에다가 이슬람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폭력에 대해 묻자 사브리는 “이슬람법은 지배당하는 이들이 독립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때 이를 보장하지만, 테러나 무고한 이들을 살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알카에다는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슬람을 이용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사브리는 현재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은 19세기 제국주의 세력의 중동 점령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1917년 이전까지는 유대인, 기독교도, 아랍계 무슬림들이 어울려 매우 자유롭게 서로를 존중하면서 살았다. 제국주의 군대와 함께 온 일부 유대인들이 이곳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자신들만의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문제가 생겼다.” 그는 “자신들만이 예루살렘을 통치해야 한다는 유대인들의 주장은 정당성도 국제법적 근거도 없다”며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땅을 팔레스타인에 돌려줘야 문제가 풀리겠지만,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구조가 바뀌기 않는 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공동으로 성지로 여기는 예루살렘에서 분쟁과 함께 살아온 사브리는 종교간 화합과 공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슬람은 기독교, 유대교에 이어 마지막으로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어떤 종교도 부정하지 않는다. 이슬람은 15세기 동안 다른 종교들과 공존하면서 살아왔고 여러 종교나 문화가 함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점령과 지배로 얼룩진 현실이 종교간 공존의 가장 중요한 장애물이라고 꼽았다. “이슬람은 분명히 평화, 사랑, 용서의 종교지만,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지배당할 때는 한면만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지배나 점령이 사라진다면 테러와 폭력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만 보지 말고 미국이 올 한해에도 얼마나 많은 무슬림을 살해하고 아부 그라이브 같은 감옥에 가뒀는지도 따져야 한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이슬람권의 여성문제에 대해 묻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슬람법에서 남녀는 평등하며 이슬람의 첫 개종자도, 첫 순교자도 여성이었다. 이슬람은 가족과 친족 공동체를 삶의 기본단위로 중시하기 때문에 가장인 남성에게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주지만, 근대 서방세계는 그런 삶을 열등하다고 비난한다. 여성들이 히잡을 쓰고 신체를 가리는 것은 본분을 지키며 안전하게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것으로 남성들도 여러 신체부위를 엄격하게 옷으로 가리게 돼 있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1955년 터키군이 소개하면서 뿌리내린 한국의 이슬람교는 한국인 신자 4만여명, 외국인 신자 8만명 사원 8곳으로 성장했다. 이슬람전래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사우디의 압둘라 알투르키 세계이슬람연맹 사무총장, 바르닥 오울루 터키 종교청장, 압둘라 마툭 알마툭 쿠웨이트 종교청 장관 등과 중국, 이란, 파키스탄 등에서 온 학자들이 이슬람의 관용과 종교간 대화에 대해 토론한다. 글 박민희, 사진 김태형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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