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12 12:08
수정 : 2018.01.12 19:22
이코노미스트, WHO 등 조사 토대로 보도
부모 돌봄 확대·학업 몰두 등 원인 지목
인터넷 몰입 탓 또래와 단절은 부정적 영향
지난 몇년 새 선진경제권 청소년들이 금욕적이고 순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조사를 토대로 여러 나라 10대 청소년들의 음주율과 흡연율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범죄율도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고, 성경험을 놓고도 비슷한 추세가 관찰되고 있다.
우선 음주 감소가 두드러진다. 오스트레일리아 청소년이 처음으로 술을 마신 연령 평균은 1998년 14.4살에서 최근 16.1살로 올라갔다. 영국의 15살 청소년들 중 두 번 이상 술을 마셔봤다고 답한 이들 비중은 2001년 50%대 후반이었으나 2014년에는 2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독일·캐나다·프랑스·네덜란드 상황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
유럽약물·약물중독감시센터 조사에서 15~16살 청소년의 흡연율은 계속 감소세를 보인다. 담배뿐 아니라 마리화나와 진정제 등 향정신성 물질에 손을 대는 청소년 숫자도 감소했다. 2003년에서 2015년 사이에 이런 물질을 멀리하고 금욕적 생활을 하는 청소년 비중은 스웨덴은 11%에서 31%로, 아이슬란드는 23%에서 61%로 급증했다.
유럽에서는 청소년들 사이의 다툼도 크게 줄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청소년 구금자 수는 2007년에는 3000명에 육박했으나 2016년에는 1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성경험도 줄어들고 있다. 1991년에는 14~18살 미국 청소년들 중 54%가 성경험이 있다고 했고, 19%는 4명 이상의 상대와 성관계를 맺은 바 있다고 응답했다. 2015년에는 그 비율이 각각 41%와 12%로 떨어졌다. 일본의 20~24살 미혼자들 중 성관계를 해보지 않았다는 이들은 2002년 34%에서 2015년 47%로 뛰었다.
금욕 문화 확산에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는 게 한 이유로 꼽힌다. 미국 부모가 가정에서 주로 자녀를 돌보는 데 쏟는 일평균 시간은 1965년 41분에서 2012년 88분으로 증가했다. 부자 나라 남자 청소년들은 과거보다 아버지와 대화하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상급 학교 진학률이 높아져 공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도 이유로 짐작된다. 금욕적 문화를 지닌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청소년들이 이민으로 유입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변화에 긍정적 의미만 있는지를 두고 의문도 제기된다. 술과 담배 등을 멀리 하는 이유에 인터넷 중독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15살 청소년 일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은 2012년 105분에서 2015년 146분으로 늘었다. 술·담배든 성관계든 또래들과 어울리며 빠지는 게 보통인데 인터넷에 몰입해 그럴 시간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인터넷 중독으로 청소년들이 점점 고립에 빠지면서 사회적 유대감 형성이 어려워진다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학교에서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나’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하는 청소년 비중은 하락세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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