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23 17:35
수정 : 2018.04.2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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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5월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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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관세 부과 등 무역문제 핵심 될 듯
이란 핵협정도 트럼프 폐기 압박, 마크롱·메르켈 유지 요구
마크롱·메르켈 유럽·국내 정치적 위상에도 영향
BBC “마크롱, 국제 위상 높이고 국내선 실패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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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5월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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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대주주인 프랑스와 독일의 두 정상이 이번주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무역 문제와 이란 핵협정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공을 펴며 ‘대서양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회담이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유럽 및 자국 내 정치적 위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23일 미국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은 사흘로 예정된 국빈방문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벨기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 서로 힘자랑을 하는 악수로 화제를 모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 뒤 트럼프 대통령을 프랑스로 초대하고, 14일 미국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관련 의심 시설들을 공격할 때도 적극 동참하는 등 ‘브로맨스’라 불릴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쌓아왔다. <블룸버그 뉴스>는 “마크롱은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다리를 만들어왔고, 이제 그 보상을 받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엔 프랑스가 큰 관심을 갖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하는 등 별로 얻은 게 없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의미 있는 외교적 성과를 손에 쥐어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통상 문제와 이란 핵협정이 그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방영된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동맹이다. 동맹들과는 무역 전쟁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으로부터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면제하기로 한 시한이 5월1일 만료되는 것을 앞두고 거듭 ‘영구 면제’를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하려 하는 이란 핵협정에 대해서도 “합의가 폐기되면 플랜 비(B)는 없다. 나도 이란 상황에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더 좋은 선택지가 없는 한 합의를 유지하자는 게 내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핵 합의를 유지하는 게 북한 같은 상황보다는 낫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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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7년 3월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악수를 제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외면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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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방미하는 메르켈 총리도 자유무역과 이란 핵협정 유지를 집중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독일 무역적자를 문제 삼으며 독일을 “무역에서 정말 나쁜 나라”라고 비난해왔다. 지난해 3월 백악관에서 만났을 때 기자들 앞에서 메르켈 총리와의 악수를 거부한 적도 있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이번 회담에서도 어색한 모습이 재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 자유무역 체제를 노골적으로 반대하며 양자 간 무역적자 개선에 주력하기 때문에 유럽연합을 대표하는 메르켈 총리가 이를 막아내야 하는 처지다.
메르켈 총리는 22일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무역박람회 개회사에서, 유럽연합과 멕시코 간의 자유무역협정 합의를 환영하면서 “상호 협력은 모든 이들에게 가치를 더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우리가 가능한 한 자유로우면서 상호 규칙에 기반한 세계 무역을 지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럽의 두 정상은 그밖에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시리아 내전 등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유럽 내에서 지도력을 경쟁하는 사이이자, 국내적으로 정치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비비시>(BBC)는 “트럼프와 밀접한 관계를 통해 국제적 위상은 올라갈 수 있지만, 국내적으로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안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이 최근 40%대 초반으로 떨어진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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