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01 17:05
수정 : 2018.05.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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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0일 텔아비브 국방부에서 생중계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 프로그램 자료를 숨겨왔다고 공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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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 “이란 핵 프로젝트 자료 입수” 생중계 공개
오는 12일 이란핵협정 갱신 시한 앞두고 트럼프에 파기 촉구
트럼프, “내 말이 100% 옳았다”…핵협정 탈퇴 시사
이란, “다 끝난 얘기 재탕하고 트럼프가 올라타” 비판
영국·독일 등은 “자료 분석하겠다”며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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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0일 텔아비브 국방부에서 생중계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 프로그램 자료를 숨겨왔다고 공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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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30일 “이란이 국제사회와 약속을 어긴 채 비밀 핵무기 개발을 해온 사실을 숨겨 왔다”며 관련 자료들을 공개했다.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이 2015년 맺은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갱신 시한인 12일을 앞두고 이 협정 파기를 위한 대대적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의 주장에 적극 호응하며 ‘이란핵 협정’ 파기 가능성을 또 내비쳤지만, 다른 당사국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텔아비브에 위치한 국방부에서 생중계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이 2003년까지 ‘아마드 프로젝트’라는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 프로그램을 폐기한 뒤에도 자신들이 원할 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2015년 이 자료들을 테헤란의 비밀 장소로 옮겨 보관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5만5000쪽에 달하는 문서와 시디(CD) 183장을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몇 주 전 테헤란에서 입수했다며, 그 사본이라고 밝힌 도표·사진·동영상 등을 공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이란이 그동안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급 위력을 지닌 핵탄두 5개를 생산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이 2015년 핵협정을 위반했다는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란이 큰 거짓말을 했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란과 미국 등 7개국이 맺은 이란 핵협정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가로 서방 국가들이 경제 제재를 풀어주기로 한 협정이다. 이스라엘은 이런 정보를 미국과 공유했으며, 프랑스·독일·러시아·영국·중국 등 다른 핵협정 당사국들에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이날 발표에 트럼프 대통령은 호응했다. 그는 이날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 말이 100% 옳았다는 점이 진실로 입증됐다. 앞으로 7년 뒤면 이란 핵협정이 만료되고 이란은 마음대로 핵무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이 협정에서 탈퇴할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면서 “탈퇴하더라도 진정한 합의를 위한 협상을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을 향해 “양치기 소년이 또 나타났다”고 비꼬았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이미 다룬 얘기를 5월12일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재탕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거기에 올라탔다”고 비판했다.
나머지 협정 당사국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영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에 대해 순진했던 적이 없다”고 밝혔고, 독일 정부는 이란 핵협정은 “획기적이고 견고한” 사찰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이 제공한 정보를 분석해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 지금까지 이란이 핵협정을 위반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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