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07 17:18
수정 : 2018.05.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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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27일 북한 영변의 핵시설 냉각탑이 폭파되는 모습. 평양 교도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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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시설 40~100곳, 핵탄두 16~60기 추정
핵무기 개발하지 못한 이란과는 전혀 달라
NYT, “IAEA 조사관 전체 300명으로도 모자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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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27일 북한 영변의 핵시설 냉각탑이 폭파되는 모습. 평양 교도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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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화두인 북한 비핵화의 주요 쟁점은 핵무기, 핵시설, 핵물질 등에 관한 투명한 사찰과 검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앞두고 비핵화 검증 작업이 핵 폐기 역사에서 가장 광범위한 사찰 활동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5년 이란 핵협정 때 세부 사항을 협상한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북한은 이란을 쉬워 보이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그만큼 북한의 핵 능력은 이란에 비해 광범위하고 고도화돼, 사찰·검증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지난해 9월까지 6차례 핵실험을 하고, 11월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호를 시험 발사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 무기·시설·물질을 얼마만큼 갖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미국 랜드연구소가 낸 보고서를 보면, 북한에는 영변 지역을 비롯해 40~100곳의 핵시설이 있다. 핵 관련 건물은 400개에 이르며, 이 가운데 최소 2개의 건물에 원자로가 있고, 이 중 한 곳은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제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핵과학자협회보는 ‘2018 북한 핵능력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북한이 생산한 핵분열 물질은 플루토늄 20~40㎏, 고농축 우라늄 250~500㎏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연간 핵탄두 6~7기를 제작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 생산 능력을 지녔으며, 지금까지 완성한 핵탄두는 16~32기 정도로 추정했다. 반면 중앙정보국(CIA)은 보유 핵탄두를 약 20기로, 국방정보국(DIA)은 약 60기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3년 전 이란이 미국·독일·중국 등 6개국과 핵협정을 맺을 당시 10여곳의 핵시설만 있을 뿐 핵탄두 개발에는 성공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과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검증에는 200여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300여명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관 규모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내다봤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 조사관들은 핵물질의 이동 경로나 핵연료 생산 장비에 관한 전문가일 뿐, 핵무기를 다루는 훈련은 돼 있지 않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2003~2004년 미국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추적을 이끈 데이비드 케이 박사는 “솔직히 말해 (북핵 사찰을 위한) 인재 풀에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장애를 뛰어넘으려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시설, 물질을 모두 공개하고 검증에 전폭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이에 대한 전망은 회의적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외국 전문가들과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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