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10 14:18
수정 : 2018.05.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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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군인 가족들과의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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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로 북-미 정상회담 궁금증 자아내며 흥행 띄우기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러시아·섹스 스캔들’ 등 돌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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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군인 가족들과의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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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각종 ‘예고편’과 ‘티저 광고’를 띄우며 흥행효과를 누리고 있다. 텔레비전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했던 그가 연예인 기질을 맘껏 드러내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외 정책·행보를 국내적 수세국면 돌파용으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국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2016년 대선 때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와 전직 포르노 배우 스테퍼니 클리퍼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추문 등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편을 적극 띄우며 관심을 고조시킨 것은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 석방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전임 정부가 북한 노동교화소에 수감 중인 (미국인) 인질을 석방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계속 주목하라(Stay tuned!)”라고 적어, 억류자들의 석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8일 오후 이란 핵협정 탈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과의 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으로 가는 중”이라고 깜짝 공개했다. 그 직후 외신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미국인 3명을 데리고 올 것’이라는 보도들을 쏟아냈다. 폼페이오 장관의 실시간 평양 행보에 세계 언론의 관심이 쏠릴 즈음,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폼페이오 장관이 억류자 3명을 데리고 귀환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러면서 “이들이 (10일) 새벽 2시 앤드류공군기지에 착륙한다. 가서 맞이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같은 날 오후에도 트위터에 “새벽 2시에 억류자들(더는 아니지만)과 인사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또 올리며 세계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역사적 장소를 놓고도 스무고개 하듯 알쏭달쏭한 힌트를 던지며 관심을 고조시켰다. 그는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5곳을 고려하고 있다”(4월17일)→“두 개 나라까지 줄였다”(27일)고 하다가, 30일 “남·북한 접경 지역인 평화의집·자유의집은 어떤가”라며 판문점을 언급했다. 그 직후엔 “그곳(판문점)에서 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일이 잘 풀린다면 제3국이 아니라 그곳에서 회담을 여는 것이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부연설명까지 해, 사실상 판문점으로 결정했다는 관측을 낳았다. 미국 언론들이 주로 싱가포르를 유력한 장소로 꼽던 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8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미 정상) 회담이 예정돼 있다. 장소를 선택했고, 시간과 날짜도 정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귀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트위터로 처음 알리면서도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는 9일 오후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사흘 안에 시기와 장소를 발표하겠다”면서 “비무장지대(DMZ)는 아니다”라고 판문점을 배제했다. 그 직후 외신은 일제히 “싱가포르가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놨지만 백악관은 여전히 입다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평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극과 극을 오가며 롤러코스트를 탔다. 그는 지난해엔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 “미치광이”라고 불렀지만, 올 들어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뒤로는 험담을 자제하고 “김 위원장은 매우 열려있고 훌륭하다”(4월24일) 등의 칭찬을 연발하고 있다. 그는 중간중간 미국의 보수적 여론을 의식한 듯 “성과가 없을 것 같으면 회담장에서 나와버릴 것”이라며 압박도 병행했지만 확실히 무게는 ‘성공적 대화’에 실어왔다. 그는 8일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란을 비난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계획이 수립중이고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이어 9일 북한이 미국인 3명을 석방한 직후에는 “김 위원장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 성공에 대한 확신도 그만큼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직접 나서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을 나날이 키우는 것은 그가 처한 국내 정치적 상황과도 관련 있다. 오는 11월 상원의원 원 3분의 1과 하원의원 전체를 뽑는 중간선거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과 전직 포르노 배우와의 성추문과 입막음 논란 등으로 매일같이 언론과 논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미 정상회담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노벨 평화상’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내 평가도 전과는 달라지는 기류다.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대외적 행보를 통해 국내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보수연합의 맷 슈랩 의장은 <워싱턴 포스트>에 “유권자들에게는 러시아 내통이나 사법방해 의혹보다는 외교정책에서 돌파구를 여는 모습이 더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여론조사 요원인 마기 오메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스캔들을 떠내려보내고 싶다면 그 스캔들에 대해 자초한 상처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게 무모하게 행동하면 매일 매일의 처신과 국제적 성과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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