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15 18:17
수정 : 2018.05.1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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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미 에너지부의 서배너 리버 원자력연구단지 전경. 서배너 리버 원자력연구단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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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차세대 핵무기 개발 계획 발표
하원 군사소위도 저강도핵무기 계획 승인
민주당 의원 “핵전쟁 속으로 헛디딜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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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미 에너지부의 서배너 리버 원자력연구단지 전경. 서배너 리버 원자력연구단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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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과 이란 등에는 핵무장 해제를 압박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핵전력을 한껏 키우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겉과 속이 다르다고 비꼰 것이다.
지난 10일 오후, 미국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배너 리버 원자력연구단지에서 차세대 핵무기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곳에서는 노후화된 핵무기를 원자로 연료로 바꾸는 시설을 짓고 있었다. 새 계획은 이곳을 낡은 핵무기를 사용 가능한 핵무기로 바꾸는 시설로 용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발표는 비핵화를 핵심 의제로 한 북-미 정상회담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알리고 나서 몇시간 뒤에 이뤄졌다.
이 발표에는 원자력 전문가들이 ‘핏’이라 부르는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핵탄두 안에 장착하는 작은 원자폭탄을 뜻하는 핏은 크기는 보통 오렌지 정도이지만, 폭발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000배에 이른다. 장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데 필요한 소형화·경량화와 직결되는 부품인 셈이다. 미국 정부는 매년 80개의 핏을 생산할 계획도 함께 밝혔다. 서배너 리버 원자력연구단지에서 50개, 핵무기 연구소가 있는 로스앨러모스에서 30개를 만들 예정이다.
미국 의회도 지난주 핵전력 강화 조처를 했다. 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전략군소위원회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새로운 저강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정부 계획을 승인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로저스 소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러시아와의 군비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세계 어디든 도달할 수 있는 무적의 크루즈 핵미사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군비 경쟁을 원한다면 우리는 응할 수 있다. 우리가 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이런 행동은 이란 핵협정 등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뜨리며 이란 등에 비핵화를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독일을 더한 5개국과 이란이 2015년 7월 맺은 이란 핵협정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핵 프로그램 규제가 해제되는 일몰 조항 등을 문제 삼아 지난 8일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무기를 해체해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야 한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현행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5개국의 핵 보유만 인정하고 있다.
핏 생산을 늘리고 저강도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미국의 새로운 핵전략은 지난 2월 발표된 미국 국방부 ‘핵 태세 보고서’에 담겼다. 이 보고서에 대해 하원 군사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은 “억지 능력이 필요하지만 핵 태세 보고서는 믿을 만한 핵 억지력을 넘어섰다. 핵전쟁 속으로 발을 헛디딜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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