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16 11:49
수정 : 2018.05.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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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수술을 받고 치료중인 부인 멜라니아를 병문안한 뒤 백악관에 도착해 전용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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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트럼프, 전쟁 실제 가능성으로 봤다”
올초 맥매스터 당시 보좌관에 대피 준비 지시
맥매스터-매티스, 전쟁준비로 읽힐 것 우려하며
‘향후 가족동반 금지’ 절충안으로 트럼프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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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수술을 받고 치료중인 부인 멜라니아를 병문안한 뒤 백악관에 도착해 전용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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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평창겨울올림픽이 열리기 몇 주 전에 안보 참모들에게 주한미군 가족의 대비 준비를 명령했었다고 <시엔엔>(CNN)이 16일 보도했다. 올 초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대화를 제안하며 평화 분위기가 시작된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시엔엔>은 전·현직 정부 관리 4명을 인용해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어느 날 오전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일일 정보브리핑을 받는 자리에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주한미군 가족 8000여명을 대피시키는 방안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시엔엔>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초까지만 해도 북한과의 전쟁을 실제 가능성으로 봤다는 가장 명확한 지표”라며 “이 명령은 만약 완전히 이행됐다면 북한과의 긴장을 높여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더 가까이 가도록 할 수 있었던 도발적 조처였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맥매스터 보좌관 등 안보라인 수뇌부는 이 지시가 미국이 진짜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북한이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이 우려했다. 그들은 또 이 조처가 평창올림픽을 무산시키고 남북 사이의 대화 분위기를 깰 것을 걱정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일단 국가안보회의의 부하들에게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를 명령하는 대통령 각서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고, 이는 하루 만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전달됐다. 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그것은 ‘그냥 생각해보는 거야’가 아니라 명령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기정사실로 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눌러앉힌 것은 맥매스터 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협업이었다. 두 사람은 주한미군 가족 대피 명령 대신, 향후 주한미군의 가족동반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완화한 절충안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냈다. 그래서 이런 내용의 새 대통령 각서가 만들어졌지만, 이 또한 실제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주한미군 가족 대피 명령은 누가 봐도 군사행동의 선행조처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엔엔>은 트럼프 대통령이 왜 갑자기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 명령을 내렸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했다. 다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북한에 대해 ‘코피 전략’이라는 예방 공격을 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 전직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과 군 간부들에게 자신이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심각하게 검토하는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싶어한다고 당시 우리 참모들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매티스 장관과 군 간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할 때 ‘그럽시다’ 하면서 군사 옵션을 제공하기를 꺼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 등을 흔들어 깨우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또 다른 관리는 북한을 공격할 준비를 하려는 게 아니라 북한이 먼저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시엔엔>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대화 분위기 속에서도 호전적 자세를 갖고 있었기에, 그가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을 찾아갔을 때 즉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요청을 수락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보도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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