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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0 12:04 수정 : 2018.05.20 19:02

지난 18일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산타페 고교에서의 총기 사고로 숨진 이들을 기리는 임시 빈소에 학생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텍사스주 산타페고 총기 난사로 10명 숨져
“올 들어서만 22번째 학교 총격…뭐라도 하라”

지난 18일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산타페 고교에서의 총기 사고로 숨진 이들을 기리는 임시 빈소에 학생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월 플로리다주 참사 뒤 3개월 만에 텍사스주의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참사 앞에 미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미 언론들은 ‘두번 다시는 안 된다’(Never again)이라는 외침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짚고 있다.

경찰은 지난 18일 텍사스주 휴스턴 남동쪽의 산타페에 있는 산타페 고교에서 엽총과 38구경 리볼버(회전식 연발권총)를 쏘아 학생과 교사 등 10명을 숨지게 한 이 학교 학생 디미트리오스 파구어티스(17)를 체포해 조사중이다. 파구어티스는 18일 오전 7시30분께 ‘본 투 킬’이라고 쓰인 티셔츠에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교실에 들어와 총기를 난사한 뒤 30여분 만에 경찰에 투항했다. 숨진 10명은 대부분 학생이며, 2명의 교사도 포함돼 있다. 학생 중에는 파키스탄 출신의 교환학생도 있었다. 파구어티스는 경찰 조사에서 “내 얘기를 해줄 수 있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학생들에게는 총을 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버스턴 카운티 경찰국의 헤린 트로체셋 국장은 “파구어티스의 컴퓨터에 저장된 일기를 보면 범행 후 자살하겠다는 의향이 나타나 있었다”며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가 없었던지 범행 직후에 경찰에 투항했다”고 말했다.

이번 총기 사고는 지난 2월14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총기 난사로 17명이 사망한 지 석달 만에 벌어졌다. 더글러스 고교 학생들은 지난 3월24일 워싱턴을 비롯해 미 전역에서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을 주도하며 “두번 다시는 안 된다” 구호를 외쳤다. 당시 수백만명이 이 시위에 동참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999년 컬럼바인 고교에서 13명이 숨진 이래 지금까지 미 전역에서 216개의 학교에서 21만4천명의 학생들이 총기 사고에 노출됐다. 올해 들어서만 학교 총격 사고들로 29명이 숨졌다.

더글러스 고교 참사의 생존자인 칼리 노벨은 트위터에 “우리 나라와 정부에 대한 희망을 계속 잃어가면서 확신을 갖고 ‘두번 다시는 안 된다’고 외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같은 말을 수없이 하는 것이지만 이런 일은 또, 또, 또, 또 일어난다”고 말했다. 역시 더글러스 고교 참사의 생존자인 재클린 코린은 소셜미디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이 살해되고 있는데도 마치 게임인양 취급하고 있다. 이건 올해 22번째 학교 총격이다. 뭐라도 하라”고 적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에서 총기 사고는 ‘또 벌어질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벌어질 것이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산타페 고교의 한 학부모인 페이지 커리는 “총격이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다. 결국 여기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거 같다”고 절망감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텍사스 총기 사고를 보고받고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너무 오래도록 지속돼 왔다. 너무 많은 해에 걸쳐, 수십 년간 이어졌다”며 “끔찍한 공격에 의해 슬픔에 잠긴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행정부는 학생과 학교를 안전하게 지키고,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그런 자들의 손에서 무기를 떼어놓도록 하기 위해 우리 권한 안에 있는 모든 일을 할 결의에 차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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