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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9 15:40 수정 : 2018.05.30 09:51

-핵물리학자 헤커 ‘3단계 로드맵’ 제안-
①단계: 1년간 군사적·인적 활동 중단
②단계: 4년간 핵단지·무기·시설 감축
③단계: 5년간 핵무기 제거·NPT 가입

“정치 상황 따라 10년 넘길 수도”

세계적인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북한의 비핵화 작업이 끝나는 데 최장 15년이 걸릴 수 있다며 “단계적 비핵화가 해법”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칠 것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 분야 최고 권위자가 이를 비현실적이라고 짚은 것이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무기연구소 소장 출신인 헤커 교수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 방북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직접 확인했다.

헤커 교수는 28일(현지시각)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동료인 로버트 칼린, 엘리엇 세르빈 연구원과 함께 작성한 ‘기술적 관점에서 본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라는 보고서를 이 대학 누리집에 공개했다. 칼린 연구원은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 정보 분석관 출신으로 돈 오버도퍼와 <두 개의 한국>을 공동 저술한 한반도 전문가다.

헤커 교수팀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신속하고 완전한 비핵화 방식으로 북한에 요구하는 ‘리비아 모델’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용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리비아는 핵무기 근처에 가지 못한 반면, 북한은 위협적 핵무기와 거대한 핵시설을 갖고 있다”며 “(리비아처럼) 북한 핵무기를 국외로 반출하라는 제안은 순진하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헤커 교수팀은 북한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영역을 △핵무기 △핵·미사일 실험 △플루토늄 △우라늄 농축 △수출 통제 등 8개 분야, 22가지 세부사항으로 분류하고, 3단계에 걸쳐 10년이 소요되는 “단계적 위기 관리 접근법”을 제안했다. 1년이 걸리는 1단계에서는 군사적·산업적·인적 활동을 ‘중단’하고, 4년이 걸리는 2단계에서는 핵 단지·시설과 무기를 ‘감축’하며, 5년이 걸리는 3단계에서는 공장과 프로그램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1단계에 핵무기 생산과 핵·미사일 실험, 5메가와트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핵·미사일 기술 수출 중단 선언 등이 이뤄진다. 2단계에서는 핵무기 감축과 5메가와트 원자로 해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헤커 교수는 제안했다. 마지막 단계는 핵무기 제거와 검증, 핵실험 금지(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가입), 미사일 파괴와 개발 금지, 우라늄·플루토늄 제거, 핵확산방지조약(NPT) 가입 등이다. 보고서는 “물론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기간이 단축되거나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헤커 교수는 이 보고서 공개 직전인 27일 <뉴욕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마주할 정치적·기술적 불확실성을 볼 때 개인적으로는 북한 비핵화가 15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수십개의 장소들, 수백개의 건물들, 수천명의 (핵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다”며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단일 핵시설의 오염 제거와 해체에만도 10년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그프리드 헤커 교수팀이 28일 공개한 ‘기술적 관점에서 본 북한 비핵화 로드맵’ 보고서 표지.
헤커 교수는 보고서에서 “북한은 전기와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같은 민간 핵 프로그램과 평화적 우주 개발권을 필수적인 것으로 여길 것”이라며 “민간 핵·우주 프로그램을 위한 북한, 한국, 미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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