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 첫째)이 31일 오전 9시께(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 차석대사 관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첫째)과 마주 앉아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시작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 “아직 할 일 많다”며 결단 촉구
비핵화 조처 내용·속도에서 이견 팽팽한 듯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 첫째)이 31일 오전 9시께(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 차석대사 관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첫째)과 마주 앉아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시작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0~31일(현지시각) 이틀간의 ‘뉴욕 담판’을 벌이며 북-미 정상회담을 향해 속도를 냈으나, ‘완전한 합의’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31일 기자회견에서 “아직 할 일이 많다”며 핵폐기를 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대원칙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구체적 방법론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앞세우는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하는 등의 가시적 조처를 최대한 신속하게 시행할 것을 원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북한이 심한 거부감을 보인 ‘리비아 모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한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로이터> 통신에 “비핵화 대상에는 미사일도 포함된다”고 거듭 밝혔다. 즉 핵탄두 못지않게 이를 미국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미사일의 해체 또는 반출 역시 미국의 핵심 요구 사항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목표는 매우 일관되고 잘 알려져 있다”며 시브이아이디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탄두·미사일의 신속한 선 폐기 요구에 거부감을 보이며 단계적·동시적 상응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며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서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단계적으로 풀어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뉴욕·판문점·싱가포르에서 3개 채널로 북-미 협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단계적·동시적’이라는 비핵화 방식에 여전히 큰 무게를 두고 있음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미국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초반부터 제거하고 싶을 것이고, 북한은 완강히 반대할 것”이라며 “양쪽이 서로 무엇을 주고받을지를 두고 거래의 큰 틀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핵탄두·미사일이라는 기존 핵무기를 폐기하는 문제보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및 능력의 폐기 방법을 놓고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은 북한에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능력까지 포기하기를 요구할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나중에라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까지 포기하라는 요구에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브이아이디 중에서 ‘아이’(Irreversible), 즉 ‘불가역적 비핵화’에서 막혀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는 핵프로그램의 모든 구성 요소를 포함한다”고 말한 것도 핵무기뿐 아니라 핵물질과 그 처리 능력 등의 완벽한 제거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31일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한 번 이상 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가 복잡한 작업임을 인정하고 북한과의 합의도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6월12일 열리길 희망하고 있다”면서도 “회담이 의미가 있길 원한다. 그것은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 두 번 또는 세 번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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