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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10 09:35 수정 : 2018.06.10 21:14

미 전현직 정보관리들, 중국에 기밀누출 우려
“웨이터 포섭·핸드폰 감청·도촬 등 가능성 있어”

회의장 도청·도촬 방지 작업 “텐트 치고 회의할 수도”
북-미 간에도 상대 ‘패’ 간파하기 위한 정보전 가능성

정상회담에서 최고의 보안·경호 대상은 당연히 정상들이다. 그러나 이들만 보호해야 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회담일수록 내밀한 ‘작전 회의’나 교섭 내용, 발표되지 않는 합의 사항들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세계사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도 치열한 첩보전의 무대가 될 수 있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적대적 경쟁국으로 보는 중국에 기밀이 누출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엔비시>(NBC) 방송은 전현직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첩보 활동 차단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직 미국 관리는 중국은 싱가포르에서 뛰어난 첩보 수집 능력을 갖고 있다며 “중국 쪽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회의에서 무슨 말이 나오고 무슨 일이 일어나냐는 것”이라고 이 방송에 말했다. 그는 미국 관리들의 핸드폰과 컴퓨터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묵을 것으로 예상되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입구에 9일 경찰의 검문검색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이 방송은 미국 관리들은 자신들을 접대하는 현지 식당이나 술집 웨이터들이 중국 쪽에 매수될 가능성을 우선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중국과 교류가 왕성한 곳이다. 북한, 미국 양쪽과 관계가 좋아 정상회담 장소로 낙점됐지만, 중국계가 많은 ‘화교 국가’다.

도청과 도촬도 기본적인 경계 대상이다. 미국 관리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관련된 협상이 진행될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의 회의실들에 도청 장치가 설치돼 있는지를 보안 인력들이 꼼꼼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숨겨진 카메라가 기밀 서류를 촬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의실에 텐트를 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외교·안보 관리들이 촬영을 막기 위해 호텔 방에서도 텐트를 치고 서류나 노트북을 보는 것은 어느 정도 습관화된 일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재임중 러시아나 중국 등 비우호적인 국가를 방문할 때는 호텔 방에서 텐트를 치고 일을 보거나, 여의치 않으면 이불을 쓰고 문건을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중국의 스파이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원이 꺼진 핸드폰에도 침투할 수 있어, 도청이 우려되면 핸드폰 배터리를 아예 분리한다고 한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휴민트’ 역량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해킹 기술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고 평가한다. 중국에서 근무하거나 중국에 출장을 간 미국 관리들은 호텔 키, 열쇠줄, 신용카드에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한 칩이 심어진 경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에 주재하는 미국 관리들은 자신들의 집 내부도 언제나 도청당하고 촬영당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리언 파네타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제레미 배시는 “북-미 정상회담 주변에서 중국의 정보 수집 활동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의 방첩보안센터 대변인 딘 보이드는 “중국은 갈수록 정교한 기술을 사용하면서 특히나 공격적인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로 정상회담 현장에서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할 때 백악관 관리들은 중국 쪽이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정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주의 사항을 자세히 브리핑 받았다고 한다. 회담 뒤에는 중국 쪽이 침투했는지를 확인하려고 관련 직원들 휴대폰을 모두 수거해 점검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중국 쪽이 모든 것을 감시할 것이라는 이유로 더 자세한 브리핑이 진행됐다. 이때 중국 쪽이 미국 대표단에게 선물한 핀에 도청 기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미국 관리들은 보안 구역에는 이 핀을 갖고 들어가지 못했다.

전직 미국 관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한 안보 참모가 블랙베리 핸드폰이 중국 쪽에 뚫린 사실을 알고 그것을 버려야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국토안보부가 최근 백악관 주변에서 핸드폰 통화를 감청하는 기술이 사용된 사실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어느 정도 상용화된 이 기술은 중국 쪽도 빈번히 사용한다고 전했다.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일부 미국 관리들은 중국에 출장갔을 때 기내용 가방을 호텔에 두지 않고 계속 들고 다닌다고 한다. 몇달 전 미국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중국군 장성들이 녹음 기능을 지닌 손목시계를 미국 쪽 상대방에게 향하게 하고 거의 노골적으로 대화를 녹음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북-미 간에도 상대의 ‘패’를 읽기 위한 첩보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회담장에서 상대가 어떤 요구를 하고 어떤 전술을 활용할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우위를 점하기가 쉽다. 상대의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어느 선까지 양보할 의사가 있는지, 상대방의 발언이 단지 혼란을 유발하거나 회담을 깨기 위한 목적인지 등을 미리 간파한다면 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비난하지만, 미국의 첩보 활동과 능력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3년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동맹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휴대폰을 수년간 도청한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숨어서 하는 게 정보 수집 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우방국끼리의 소통도 중요한 수단이다.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굳이 ‘공식 초대장’도 없이 싱가포르에 온다는 데는 미국과의 의견 교환뿐 아니라 동태 파악에도 주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치 국장은 일본의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는 정보 조직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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