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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11 20:26 수정 : 2018.06.12 01:02

그래픽 정희영 디자이너

CVID-체제보장 ‘빅딜’ 담은 공동성명 최대관심

그래픽 정희영 디자이너
증오와 불신으로 점철된 70년 세월을 뒤로하고, 북·미 정상이 12일 오전 9시(한국시각 10시)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세기의 회담’을 연다. 이 정상회담은 비교할 전례가 없는 독특한 회담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지의 영역”이라 표현했고,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전세계의 관심과 기대 속에 력사상 처음으로 진행”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실무선에서 합의한 결과를 확인하는 ‘외교 의식’인 일반적 정상회담과 달리, 결과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라는 점도 이번 회담의 큰 특징이다. 그렇기에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가 차고 넘친다.

① 공동성명 나올까
북미, 통큰 합의 땐 9·19 공동성명+알파 담을 듯

② 확대회담 배석자는
두 정상 담판 뒤 김영철·폼페이오 세부 조율

③ 실무오찬 어떻게
트럼프 공언한 대로 ‘햄버거 오찬’ 할지 관심

④ 의전 하나하나가 새 역사
세기의 악수 나누며 건넬 첫 인사말은 뭘까

첫번째 핵심 관심사는 회담의 성과를 담은 공동성명이 나올지 여부다. 일단, 싱가포르에서 전해지는 소식은 긍정적이다. 백악관은 11일 저녁 8시께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마치고 “내일 싱가포르를 떠나기 전 기자회견(media availability)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북·미가 이날 2차례에 걸친 막판 실무접촉에서 상당한 정도의 의견 절충을 이뤄내 언론에 공개할 만한 합의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회담은 최종 성사까지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실패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양쪽 모두 판을 깨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크고, 향후 협상 동력을 회복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8~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무역 현안을 둘러싸고 캐나다와 유럽 등 전통적 동맹들과 큰 갈등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큰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단 한 번의 기회”라고 말했지만 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북-미 실무 회담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11일 <한겨레>에 “미국은 9·19 공동성명에 북한이 동의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2005년 9월 6자회담을 통해 합의된 이 문서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는 것”을 조건으로, 미국은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처”를 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좀 더 구체화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즉, 이번 회담이 성공해 공동성명이 나온다면 9·19 공동성명의 내용을 북·미가 다시 확인한 뒤, 서로가 단기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비핵화 및 상응 조처의 초기 행동인 ‘알파’가 첨부된 형태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언론들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사태가 잘 진행되면 공동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1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고 있다.
공동성명이 나오면 그 안에 미국이 이번 회담의 목표로 여러 차례 강조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시브이아이디)가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핵심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가능성을 언급해온 2~3차 추가 회담의 장소·시기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11일 <한겨레>에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이다. 실무 수준에서 신뢰 구축을 하기가 어렵다. 다음 회담 장소와 날짜를 잡기만 해도 좋은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번째 관심사는 ‘회담의 형식’이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통역만 대동한 채 일대일 회담을 나눈다”고 밝혔다. 일대일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두 강력한 지도자의 결단에 따라 이뤄지는 이번 회담의 특징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진지한지 “첫 1분 만에 알아낼 수 있다”며 “그것은 내 감촉이고, 내 느낌이다. 그것은 내가 늘 하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일대일 회담 이후 이어지는 확대회담의 미국 쪽 참석자는 이번 회담의 사실상 주역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실무회담을 이끌어온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이다. 회담에 커다란 걸림돌이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북한 쪽 참가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협력해 이번 회담을 성사시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배석이 확실시된다. 그 밖에 북-미 외교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외교 일꾼’들인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성 김 대사의 실무협상 상대였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배석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김 부부장은 남북 정상회담 때도 오빠인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했다.

세번째 관심사는 확대회담 뒤 이뤄지는 ‘업무 오찬’(working lunch)의 메뉴다. 트럼트 대통령은 그동안 회담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사라졌다. 백악관이 확대회담을 나눈 뒤 “업무 오찬을 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6월 대선 운동 때 “나는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 나는 그(김정은 위원장)에게 공식 만찬을 허용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콘퍼런스 테이블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정말 햄버거를 먹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마지막 관심사는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의미심장한 여러 의전 요소들이다. 두 정상 가운데 누가 먼저 회의장에 입장해 상대를 기다리는지, 이때 어떤 인사말을 던지는지, 선물은 주고받는지, 어떤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는지, 회담장에 국기는 놓는지 등 이날 이뤄지는 모든 행동이 ‘새로운 역사’가 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와 포옹 등 어떤 신체 접촉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4월27일과 5월26일 두 차례 정상회담 땐 포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을 땐 둘이 껴안는 장면이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신장 차이가 20㎝나 나기 때문에 둘이 끌어안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느낌이 난다”며 포옹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악수를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다른 정상들을 골탕먹인 것처럼 김 위원장의 손을 꽉 잡으며 힘자랑을 하는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싱가포르/이용인 특파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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