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3 20:37
수정 : 2018.06.1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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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관계구축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만으로도 근본적인 변화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트럼프(사진)와 김정은의 공동합의문에 북한 비핵화를 뒷받침하는 어떤 구체적 내용도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매우 실망스럽고 후퇴했다"고 혹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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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양보만 했다” 미국내 비판여론
민주당 “비핵화 구체내용·시간표가 없다”
공화당 대다수 “축하” 지지 나서
전문가 “실망” “시작이 반”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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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관계구축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만으로도 근본적인 변화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트럼프(사진)와 김정은의 공동합의문에 북한 비핵화를 뒷받침하는 어떤 구체적 내용도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매우 실망스럽고 후퇴했다"고 혹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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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13일 백악관에 도착한 직후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 “이제는 내가 취임한 날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며 회담 결과를 스스로 치켜세웠다. 그는 트위터에 “내가 취임하기 전에 사람들은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의 가장 크고 가장 위험한 문제라고 말했다. 더는 아니다. 오늘 밤은 푹 자길!”이라고 메시지를 올렸다.
하지만 그는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정치적 동력 확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야당과 주류 언론의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후속 협상이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향후 북-미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려야 하는 민주당은 ‘구체적 비핵화 내용과 시간표는 빼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 양보만 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두 정상은 비핵화의 정의조차 정립하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잔혹하고 억압적인 독재자에게 국제적 정당성을 승인해줬다”고 말했다. 또 “순전한 리얼리티 쇼 정상회담”이라고 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와 비확산으로 가는 명확하고 포괄적인 길과는 거리가 먼 모호한 약속만 받고 김정은에게 양보를 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성명을 내어 “트럼프 행정부가 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북한 정권에 승리를 안겼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비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북핵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배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여당인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비롯해 대다수가 정상회담 결과를 축하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배를 탄 운명이다.
한반도 전문가들의 시선도 엇갈린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워싱턴 포스트>에 “뭔가 일어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면서도 “김정은의 진정성을 시험할 어떤 방법도 문서에 담지 못한 점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진 빅터 차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시작이 반이다. 많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외교 과정의 시작”이라고 의외로 후한 평가를 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 비행기 안에서 정상회담 성과를 강조하는 ‘폭풍 트위트’를 날린 것도 팽팽한 ‘여론 전쟁’에서 초기 여론을 우호적으로 이끌지 않으면 향후 북핵 해결의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누리집에 공화당 소속 의원과 주지사,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외국 정상들, 보수 성향 평론가 등 정상회담 결과를 지지하는 이들의 이름과 발언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며 지원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 내 여론은 향후 북한이 취할 조처와 연동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감소시키는 조처들을 취하면 민주당도 마냥 반대만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가시적 조처가 이어지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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