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선·무선·위성으로 국제통화 가능
트럼프-김정은 양쪽 상황실 통한 대화일 듯
정상들 간 긴밀한 통화는 암호화가 필수
휴대전화 번호 교환했을 가능성은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이미지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직접적인 전화번호를 줬다. 이제 그가 어려움이 생기면 내게 전화할 수 있고, 나도 그에게 전화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미국 기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공개해,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통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적대 국가의 두 정상 사이에 벌어지는 일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기술적으로는 북-미 두 정상의 통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북한에서도 유선·무선·위성을 통한 국제전화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통신사 에이티앤티(AT&T)는 1995년부터 미국과 북한 사이의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북한은 2001년 국제위성통신기구인 인텔샛에 가입했다. 지난달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때도 방북한 외신기자들은 유심 칩을 갈아끼워서 각자 본국과 통신할 수 있었다. 다만 북한 내에서 국제전화는 대부분 위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고, 국가안전보위성이 감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에서는 북-미 정상 통화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유선망을 경유하거나 위성을 활용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줬다는 “매우 직접적인 번호”는 백악관으로 연결되는 유선전화 번호일 가능성이 높고, 휴대전화 번호일 수 있다는 관측마저 있다. 문제는 역시 보안이다. 흔히 ‘핫라인’이라고 불리는 직통전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집무실에 감청이 불가능한 전용회선을 설치하는 물리적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회담 이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방식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보다는 흔히 일반적인 정상들 사이에 통화가 이뤄지는 방식처럼 양쪽 정상 상황실 간의 연결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때도 물론 각자 발신 내용을 암호화해서 감청이 불가능하게 하는 부가 장치가 양쪽 모두에 필요하다.
전직 외교 당국자는 <한겨레>에 “청와대와 백악관도 양쪽 상황실로 전화를 해서 일정을 잡고 정상 간 통화를 하듯, 북-미 간 통화 또한 상황실 참모 간에 연결해서 이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단독회담을 하던 중 각각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불러 이들을 통해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인 전화번호를 줬다’는 건 반드시 직통으로 전화를 주고받겠다는 것보다는 ‘우리가 이렇게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기 캐나다 등 외국 정상들에게 했듯이 휴대전화 번호를 김 위원장에게 제공했을 수도 있지만, 보안 등의 이유 때문에 실제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개인 번호를 김정은에게 줬다면 중대한 국가안보 정보를 노출하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김지은 박태우 기자 jaybe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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