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26 16:54
수정 : 2018.06.26 22:00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2월2일 백악관 경내에서 할리 데이비슨의 매튜 레바티치 최고경영자(CEO·왼쪽 넷째)와 노조 대표 등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할리 데이비슨, “EU 보복관세 피하려 생산시설 일부 이전”
‘메이드 인 아메리카’ 상징이 무역전쟁 부메랑 맞아
트럼프 “그들 위해 열심히 싸웠는데…관세는 핑계” 비난
미국 최대 철못 공장은 가격인상 부담으로 폐업 위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2월2일 백악관 경내에서 할리 데이비슨의 매튜 레바티치 최고경영자(CEO·왼쪽 넷째)와 노조 대표 등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시작된 글로벌 ‘무역 전쟁’의 불똥이 미국 내로 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상징으로 치켜세웠던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 데이비슨이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를 피하려고 일부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철못 생산업체가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 압박을 못 견디고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할리 데이비슨은 25일 유럽연합의 보복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유럽시장용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시설 해외 이전은 앞으로 18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이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부터 유럽연합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그러자 유럽연합은 22일부터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청바지 등 28억유로(약 3조6천억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며 대항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본사가 있는 할리 데이비슨에게 유럽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14만8000대, 유럽에 3만9800대를 판매했다. 유럽연합의 보복으로 할리 데이비슨 제품에 대한 관세는 6%에서 31%로 껑충 뛰었다. 오토바이 한 대당 22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으로 치면 올해 남은 기간에 3000만~4500만달러, 2019년에는 9000만~1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든다고 할리 데이비슨은 전망했다. 이 업체 대변인은 “생산시설 해외 이전만이 유럽 고객들이 오토바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할리 데이비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이 업체의 매슈 레바티치 최고경영자를 백악관에 초청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의 훌륭한 예”라며 추어올린 기업이다. 배신감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25~26일 6건의 ‘폭풍 트윗’으로 할리 데이비슨의 ‘백기 투항’을 맹비난했다. 그는 “할리 데이비슨이 가장 먼저 백기를 흔들어 놀랐다”고 했다. 이어 “나는 그들을 위해 열심히 싸웠고, 그들은 결국 유럽연합으로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게 될 것이다. 인내심을 가져라”라고 했다. 또 “올 초 할리 데이비슨은 캔자스시티의 공장시설 상당부분을 태국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그것은 관세가 발표되기 전이었다”며 “그들은 단지 관세·무역전쟁을 핑계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미주리주에 있는 미국 최대 철못 생산업체 ‘미드콘티넌트 스틸 앤 와이어’가 지난 15일 시급 10달러를 받는 직원 60명을 해고해 “트럼프 무역 전쟁의 첫 사상자”가 됐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 회사는 멕시코에서 철강을 수입해 못을 만들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1일부터 멕시코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주문량이 지난해의 30%로 줄었다. 이 회사는 9월 초까지 직원 500명 전원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다는 조지 스카리치 부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관세는 중국이 아니라 미주리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를 철회하라는 정치적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