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28 17:26
수정 : 2018.06.2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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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균형 잡아온 케네디 대법관, 다음달 말 퇴임
젊은 후보군 추린 트럼프, 대법원 장기 장악 의도 시사
미국 내 “수십년간 부자·권력자 편에 설 대법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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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보수와 진보 사이의 균형추 구실을 해온 앤서니 케네디(82) 대법관이 다음달 말 퇴임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더 보수적인 인사를 지명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사법부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줘온 연방대법원의 보수 쏠림 현상이 강화될 전망이다.
케네디 대법관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7월31일부로 퇴임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지만 케네디 대법관은 고령인 나이 탓에 퇴임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1988년 취임한 케네디 대법관은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지만,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구성된 연방대법원의 구도 속에서 사안별로 ‘스윙 보터’ 역할을 해왔다. 총기 보유나 기업의 선거 후원 허용 등에서는 보수 쪽 손을 들었으나, 동성애나 낙태 권리, 사형제 반대에서는 진보 편에 서왔다. 9명을 이념 성향으로 나누면 딱 가운데로 분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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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31일부로 퇴임하겠다고 27일 밝힌 앤서니 케네디 연방대법관. 사진은 그가 지난해 4월10일 닐 고서치 대법관 취임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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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2016년 사망하자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보수 성향이 강한 닐 고서치 대법관을 앉힌 데 이어, 두번째 대법관 교체 기회를 잡았다. 그는 후임 지명 절차를 즉시 시작해 ‘보수 대법원’을 굳히는 기회로 삼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노스다코다주 유세에서 “40년, 45년 있을 사람을 지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때 낙태 합법화 판결을 뒤집겠다며 “두세 명의 대법관을 넣으면 가능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젊고 보수적인 판사들을 중심으로 25명의 후보 명단을 제시해왔다. 여기에는 브렛 캐배너 워싱턴디시 연방항소법원 판사, 토머스 하디먼 펜실베이니아 연방항소법원 판사, 윌리엄 프라이어 앨라배마 연방항소법원 판사, 마이크 리 상원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은 보수적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6일 이슬람권 5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고, 27일에는 공공노조가 비조합원한테 조합비를 강제로 징수할 수 없도록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했다. 이달 초엔 동성 커플 결혼식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제과점 주인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대법원 보수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의를 위한 자유주의 동맹’의 난 아론 대표는 <뉴욕 타임스>에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만이 아니라 앞으로 수십년간 부자, 권력자, 극단주의자 그룹을 유리하게 할 것이라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5)와 스티븐 브라이어(80) 대법관도 고령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에 대법관을 추가로 교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보수-진보 구도가 6 대 3으로 굳어질 수 있다. 후임 대통령이 이를 변경하려 해도, 종신직인 대법관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정치권도 뜨겁게 부딪치고 있다. 대법관 후보는 상원 표결을 거쳐야 한다. 다수(51석)를 점한 공화당은 11월 중간선거 전에 절차를 끝내고자 한다. 하지만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여러 세대에 영향을 주는 일”이라며 중간선거 뒤로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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