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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01 17:22 수정 : 2018.07.01 19:20

살만 국왕에 전화해 “하루 200만 배럴 생산 늘려달라”
사우디는 숫자 언급 없이 “필요하면 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생산량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최근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요구한 뒤 유가가 급등하자 동맹국 사우디를 끌어들여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29일)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얘기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의 혼란과 장애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사우디의 원유 생산을 (하루) 200만배럴까지 늘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그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원유) 가격이 너무 높다! 그도 동의했다!”고 적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가격이 높다’는 데 동의했다는 것인지, ‘하루 200만배럴 증산’에 동의했다는 의미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원유 증산을 요청하고, 이를 직접 공개한 것은 최근의 유가 급등세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 뒤 이란 제재를 재개했으며, 미국은 지난달 26일 모든 국가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11월4일까지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서부텍사스유(WTI)가 지난달 29일 3년7개월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74.15달러로 장을 마치는 등 유가가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사우디가 하루 200만배럴 증산에 동의한 것처럼 읽힐 수 있는 글을 올렸지만, 사우디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사우디 국영통신은 “두 정상은 석유시장의 안정과 국제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으나 ‘200만배럴’은 언급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지난 5월 하루 10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했으며, 150만~200만배럴의 추가 생산 여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만배럴 추가 생산은 실제로는 효용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우디 정부의 한 관리는 “사우디는 하루 1100만배럴을 초과하고 싶어 하지 않고 현재의 생산 능력을 확대할 의도도 없다. 그건 돈이 많이 든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논란이 일자 백악관은 성명을 내어 “살만 국왕이 200만배럴 추가 생산 여력을 유지하고 있고, 시장 균형을 위해 필요하면 신중하게 그것(생산 여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필요하면’ 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200만배럴’이라는 구체적 숫자까지 언급하고 나선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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