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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02 18:03 수정 : 2018.07.02 21:21

1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승리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멕시코시티의 조칼로 스퀘어에서 연설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신화 연합뉴스

트럼프, 오브라도르 당선에 “함께 일하기 매우 고대” 축하
북쪽 캐나다와는 관세전쟁, 남쪽에는 좌파 민족주의 정권 탄생

1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승리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멕시코시티의 조칼로 스퀘어에서 연설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신화 연합뉴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멕시코의 다음 대통령이 된 것을 축하한다. 그와 함께 일하기를 매우 고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압승할 것이라는 출구조사가 결과가 발표된 뒤 2시간 만에 트위터에 축하 인사를 올렸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간단한 당선 소감을 밝히기도 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모두에게 이익이 될, 할 일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대선 후보들 가운데 자신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해온 후보에게 대한 인사치고 매우 빠르고, 정중한 표현이었다. 이는 이웃나라와 주요 동맹국을 적으로 돌려세워온 미국의 불안한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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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북쪽 접경 국가인 캐나다는 이날 미국산 253개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동했다. 이어 남쪽 국경을 접한 멕시코에선 89년 만에 좌파 성향 정권이 탄생했다. 미국이 위아래로부터 협공당할 처지에 빠진 것이다.

특히 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공격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쓰며 자주 입에 올린 나라다. 그는 미국으로 넘어오는 일부 멕시코인들을 “범죄자”, “성폭행범”, “짐승들”이라고 했고,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한 국경장벽 건설비를 멕시코가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최근에는 불법 입국자의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문제로 미국 내에서조차 광범위한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미국·캐나다·멕시코가 참여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이민, 무역 정책과 반 멕시코 발언 등은 멕시코 대선의 주요 의제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후보들의 ‘공공의 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자의 입장이 가장 선명했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들어라 트럼프>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미국에 대등하게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미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자신의 주요 지지 기반인 농민과 노동자 계층의 이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재협상할 것을 공약했다. 특히 미국의 ‘무관용’ 이민 정책에 대해 “강압적이고 인종주의적이며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멕시코와 중미 출신 이민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장벽 건설 추진에 “사회적 문제는 벽이나 무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멕시코와 우리 국민은 외국의 피냐타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피냐타는 축제 때 막대기로 터뜨리면 사탕 등이 쏟아져나오는 종이 인형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 ‘멕시코 우선주의’를 내걸고 무역, 이민, 국경 장벽 등의 문제에서 대결을 예고한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멕시코에서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의 당선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2006·2012년 두 차례 대선 후보 시절에 비해서는 친기업, 친미적으로 변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대미 관계에 대해 “그 나라(미국)에서 훌륭하게 살면서 일하고 있는 이민자들의 보호와 상호 존중에 기반해, 우정과 협력의 관계를 모색하겠다”고 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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