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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04 16:47 수정 : 2018.07.04 22:15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학내 행사를 즐기는 모습. 하버드대 누리집 갈무리

‘입학 사정 흑인·히스패닉 소수인종 우대’ 폐지
민주당 “미국 가치 훼손…유색 인종에 대한 공격”
“아시아계 불이익” 하버드대 상대 소송도 영향줄듯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학내 행사를 즐기는 모습. 하버드대 누리집 갈무리
미국 정부가 대학들이 학생을 선발할 때 인종 다양성을 고려하도록 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지침을 폐기했다. 교육·고용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무력화할 처지에 놓였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3일 “지난 정부들이 공개적 설명 없이 편지를 보내거나 웹사이트에 안내문만 올려서 새 규칙을 부과했다. 그건 잘못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2016년 학생을 선발할 때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종적 요소를 고려할 것을 권고하는 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발표는 오바마 행정부의 지침을 철회하는 것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 그러나 소수 인종 우대 정책에 대한 정부의 공식 견해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대학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입학 사정에서 소수 인종에 가점을 준다면 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재정 지원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다. 세션스 장관은 “연방검찰이 대학들을 조사해서 차별적 입학 정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은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을 놓고 진행중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시아계 학생·학부모가 참여한 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은 아시아계 지원자들이 입학 심사에서 차별을 당했다며 하버드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계 지원자들이 성적이 뛰어난데도, 하버드대가 흑인과 히스패닉 등을 우대하느라 아시아계의 입학 기회를 뺏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버드대 입학생은 백인이 49.1%이고, 아시아계 22.2%, 흑인 14.6%, 히스패닉 11.6%다. 일단 하버드대는 이날 정부 발표에도 “입학 사정 때 인종 요소를 계속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도 이번 방침에 따라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을 반대하는 쪽에 서게 될 개연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퇴임하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후임으로 더 보수적인 인사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온건 보수 성향으로 연방대법원의 균형추 구실을 해온 케네디 대법관은 2016년 교육 분야에서 인종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판결문을 썼다.

대학들이 소수 인종 우대 제도를 포기하면 그동안 이 제도로 혜택을 봐온 흑인과 히스패닉은 불리해진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오바마 지우기’에 더해, 소수 인종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부정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슬림 입국 금지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등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세션스 법무장관도 과거 흑인 민권운동 단체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인종차별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다만 어퍼머티브 액션이 철회되면 그동안 공부를 잘해도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고 주장해온 아시아계는 이익을 볼 수 있다.

어퍼머티브 액션이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역차별이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의 오래된 논쟁도 재발할 것으로 보인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어퍼머티브 액션을 후퇴시키는 것은 우리 나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유색 인종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명백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71%가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을 “좋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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