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9 14:54
수정 : 2018.08.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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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7월16일 헬싱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끝낸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를 선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1월 대선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으로 당선됐다는 ’러시아 스캔들’로 큰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헬싱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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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 조사 결과 발표
미 기업들 전자기기·실험장비 등 러시아 수출 금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관계 개선 나선 가운데 제재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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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7월16일 헬싱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끝낸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를 선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1월 대선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으로 당선됐다는 ’러시아 스캔들’로 큰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헬싱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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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3월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일명 ‘스크리팔 사건’)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각) 스크리팔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해 자국민에게 치명적인 화학 또는 생물학 무기를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오는 22일 연방관보에 게시되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발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91년 제정된 ‘생화학무기 통제 및 전쟁종식법’을 러시아가 위반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인 영국인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아가 영국 솔즈베리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된 채 발견된 바 있다. 영국과 미국 등은 이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해왔으나, 러시아는 이날 미국의 통보를 받고도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번 제재에 따라 미국 회사들은 가스 터빈 엔진, 전자기구, 집적회로, 실험장비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군사목적의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 못 하도록 한 제재가 확장된 것이다. 국무부는 또 러시아가 화학·생물학 무기 사용 중단을 약속하고 국제 사찰단을 수용하지 않으면 3개월 뒤 추가 제재가 가해진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착륙 금지와 외교 관계 중단 등이 여기 포함된다.
이번 제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 여론에도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과 상충되는 듯 보여서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국무무 관리는 “이건 대러시아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법을 실행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생화학무기 통제 및 전쟁종식법’에 따르면, 정부는 특정 국가가 국제법을 위반해 화학·생물학 무기를 사용했다고 결론 내리면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회의 요구를 거부해왔지만, 이번 문제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던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스크리팔 사건 직후부터 영국·독일·프랑스 등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소행으로 잠정 결론짓고, 미국 주재 러시아 관리와 정보요원 등 60명을 추방하고 시애틀의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한 바 있다.
다만 이 사건 발생 뒤 미국이 러시아의 법 위반을 최종 결정하기까지 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에 대해 국무부 관계자는 “이 사안이 본질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 뒤에도 국가안보 관련 제품·기술의 대북 수출 금지 등의 제제를 가한 바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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