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과 무역전쟁 해결된 뒤 폼페이오 북한 갈 것”
김흥규 교수 “북한 문제, 북-미 양자 아닌 미-중 경쟁 맥락”
한반도 비핵화 과정 그만큼 복잡하고 길어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각)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평양 방문을 취소하며 무역 전쟁의 상대방인 중국의 비협조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를 미-중 무역 전쟁, 나아가 양국 간 패권 경쟁의 종속변수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제일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 전략과 그에 굴복할 수 없는 중국의 입장이 ‘무역’을 매개로 첨예하게 맞서면서 북핵 문제로 상징되는 한반도 냉전 구조의 해체도 그만큼 복잡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연기시키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점과, “중국에 대한 우리의 더욱 터프해진 무역 입장 때문에 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가고 싶어하지만, 중국과 무역 관계가 해결된 뒤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을 ‘엄포’로 볼 게 아니라 ‘액면’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24일 북-미 정상회담을 갑작스레 취소하며 한 차례 판을 뒤흔든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요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편지하는 것”이었다. 북한이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자 예정대로 6·12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정리될 때까지’라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 전쟁은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양국은 22~23일 워싱턴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차기 회담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대화를 끝냈다. <블룸버그>는 26일 미국 내 통상 분야에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어 미국이 무역 전쟁에서 앞으로 몇달간 강공을 퍼부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백악관에서 의원들을 만나 “우리가 오랫동안 중국을 집중해서 제대로 보지 않았다”며 중국 견제를 강화할 뜻을 밝혔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가장 시급한 전략적 과제로 보는 한국과 ‘화해하기 힘든 인식의 차이’를 노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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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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