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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7 15:27 수정 : 2018.08.2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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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과 무역전쟁 해결된 뒤 폼페이오 북한 갈 것”
김흥규 교수 “북한 문제, 북-미 양자 아닌 미-중 경쟁 맥락”
한반도 비핵화 과정 그만큼 복잡하고 길어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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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각)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평양 방문을 취소하며 무역 전쟁의 상대방인 중국의 비협조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를 미-중 무역 전쟁, 나아가 양국 간 패권 경쟁의 종속변수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제일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 전략과 그에 굴복할 수 없는 중국의 입장이 ‘무역’을 매개로 첨예하게 맞서면서 북핵 문제로 상징되는 한반도 냉전 구조의 해체도 그만큼 복잡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연기시키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점과, “중국에 대한 우리의 더욱 터프해진 무역 입장 때문에 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가고 싶어하지만, 중국과 무역 관계가 해결된 뒤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을 ‘엄포’로 볼 게 아니라 ‘액면’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24일 북-미 정상회담을 갑작스레 취소하며 한 차례 판을 뒤흔든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요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편지하는 것”이었다. 북한이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자 예정대로 6·12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정리될 때까지’라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 전쟁은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양국은 22~23일 워싱턴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차기 회담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대화를 끝냈다. <블룸버그>는 26일 미국 내 통상 분야에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어 미국이 무역 전쟁에서 앞으로 몇달간 강공을 퍼부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백악관에서 의원들을 만나 “우리가 오랫동안 중국을 집중해서 제대로 보지 않았다”며 중국 견제를 강화할 뜻을 밝혔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가장 시급한 전략적 과제로 보는 한국과 ‘화해하기 힘든 인식의 차이’를 노출한 셈이다.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동맹국의 전통적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2017년 1월 취임 이후 계속돼왔다. 이런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G7에선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른 동맹국들이 서명한 공동선언을 “거짓”이라 선언했고, 나토 정상회의에선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유럽연합(EU)이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적”이고,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고 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에 미-중 무역 전쟁을 끌어들인 것도 ‘미국 제일주의’ 원칙을 동아시아에 옮겨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중이 무역 전쟁을 넘어 세계 질서 주도권을 놓고 본격 경쟁하는 상황에 들어서는 단계”라며 “북한 문제도 북-미 양자 차원이 아니라, 그보다 큰 미-중 전략 경쟁의 맥락 아래에서 다뤄지는 걸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북핵 해결보다 우선하는 ‘최상위 목표’로 설정한 것이라면, 북핵 문제 해결,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 구축을 최상위 목표로 삼은 남북과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묶어둔 채 대화의 끈을 이어가는 모습만으로도 11월 중간선거에서 불리할 게 없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때리기’는 미국의 탄탄한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국내적 지지 또한 높다. ‘북한과는 현상 유지, 중국에는 공세 강화’가 지금으로선 최적의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만큼 한반도 비핵화는 복잡하고 길어질 수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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