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8.31 16:02 수정 : 2018.08.31 19:30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 본부.

“미국을 매우 나쁘게 취급해 왔다” 불만
트럼프, 다자 질서보다 일대일 격파 선호
미국 탈퇴하면 세계 무역체제 큰 동요 예상
‘미-중 무역전쟁 관련 길들이기’ 해석도

조만간 중국산 2천억$어치 관세 부과 예상
무역전쟁 격화하면 북-미 협상에도 악영향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 본부.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세계무역기구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세계무역기구 탈퇴는 자국이 기초를 놓은 2차대전 이후의 세계 경제 체제를 흔드는 것으로, 미-중 무역 전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세계무역기구는 1994년 국제 무역을 촉진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가 미국에 불리하게 행동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는 세계무역기구 소송에서 거의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 우리가 이기기 시작했는데 왜인지 아느냐. 우리가 지면 탈퇴할 것을 세계무역기구가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사건들에서 90% 이상 승소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이 제소당한 사안들에서 약 90% 패소한 점만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세계무역기구는 미국을 매우 나쁘게 취급해왔다”고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인디애나주 에번스빌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집회에 입장하면서 ‘우리 농민들을 다시 위대하게’(Make Our Farmers Great Again)라는 글을 새긴 모자를 들고 있다. 에번스빌/로이터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 탈퇴 위협은 다자 체제보다는 일대일 무역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이어져 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는 다자 간 체제나 규범보다는 ‘일대일 격파’가 무역적자 해소 등 미국의 이익을 더 잘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는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관련해서도 캐나다를 빼고 멕시코하고만 협상을 타결한 뒤 “나프타라는 말을 안 쓰고 미-멕시코 무역협정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최대 경제 대국 미국이 이 기구에서 탈퇴하면 공통의 무역 규범이나 분쟁 해결 절차의 영향력이 감소돼 세계 무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개별국들은 미국을 오로지 단독으로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탈퇴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세계무역기구를 길들이려고 엄포를 놨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미-중 무역 전쟁을 의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은 23일 미국이 중국 제품 160억달러어치에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자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가 중국을 편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탈퇴를 위협했을 개연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00억달러(약 222조원)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계획을 빠르면 다음주에 실행하기를 원한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미국은 이와 관련한 공청회 절차가 끝나는 9월6일 이후 최대한 빨리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미-중 갈등 수위는 한층 높아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 협상을 북핵 협상과 결부짓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미-중 갈등 격화는 북핵 문제에 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