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9.07 15:29 수정 : 2018.09.07 21:02

구체적 평가 피하며 담담한 반응
폼페이오 “언급 않겠다”
볼턴 “한미 계속 연락”에 그쳐

북한이 ‘상응하는 조처’ 재차 요구
‘핵시설 신고-종전선언’ 교착 여전
전문가 “폼페이오 재방북엔 미흡”
남북·한미 정상회담뒤 정책 결정할듯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의 5일 방북 결과에 대해 미국 당국은 구체적인 평가를 피하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라는 시간표를 제시해 공을 미국에 넘긴 만큼, 오는 18~20일 3차 남북 정상회담과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미국의 대북 정책 방침이 결정될 것이라 전망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6일(현지시각) 미국 정부 내 분위기가 “나쁘진 않은 듯하다”고 평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6일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 고맙다. 우리는 함께 해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김 위원장에게 친밀감을 보이며 대화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미 국무부나 다른 고위 인사들은 절제된 반응을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인도에서 “북한과 진행 중인 논의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전에 계속 연락하기로 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국무부 대변인실도 <한겨레>에 “세계가 주목하는 비핵화는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비핵화를 강조했다.

미 정부가 대체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대북 특사단을 통해 전달된 북한의 메시지가 복합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시간표를 내놓은 것은 비핵화 의지를 좀 더 구체화한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의 성과를 재선으로 이어가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욕구와도 부합한다. 또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동맹 약화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것은 미국의 부담을 줄여주는 의미가 있다.

한국 특사단이 전해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세지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6일 트위트.
하지만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시설을 신고할 것을 요구해온 데 대해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발사장 폐기 등을 언급하며 미국의 ‘상응하는 조처’(종전선언)를 재차 요구했다. ‘핵시설 신고’와 ‘종전선언’이 팽팽하게 맞선 ‘교착 구조’가 허물어지지 않은 것이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한겨레>에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총론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북-미 협상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존 페퍼 미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남북은 물론 북-미 관계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기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전에 대북 정책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입증해 보이려고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낸 점에 주목하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상황 때문에 기회의 창이 닫힐 수 있다고 보고 ‘평화선언’을 위해 매력 공세를 강화하려 한다”고 짚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특사단 방북 결과는 고무적이고 유용하다”고 총평했다. 하지만 결과에 핵시설·물질 신고나 생산 동결과 같은 비핵화 주요 조처가 빠진 점을 들어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북한을 방문하게 하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큰 양보를 얻어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한국의 도움을 원하기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를 남북 대화의 주제로 인정한 것은 좋은 소식”이라며 한-미의 비핵화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대북 제재를 면제해달라는 한국의 요구가 북한 비핵화의 핵심적 지렛대(제재)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한-미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를 고려할 때 미국은 3차 남북 정상회담과 곧 이은 유엔총회 때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진의를 좀 더 확인한 뒤 대북 협상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양쪽을 설득해 결단을 이끌어내야 하는 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그 전까지는 지난달 말 취소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재개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소식통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