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09 16:28
수정 : 2018.09.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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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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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재방북 요청 가능성
트럼프 “긍정적인 편지일 것
우리는 과정 시작해야” 대화 뜻
‘임기 내 비핵화’ 발언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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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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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 외교’가 재가동됐다. 고비 때마다 두 지도자를 다시 연결시켜온 친서가 다시 막힌 곳을 뚫는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각)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의 편지는 어제 국경에서 건네졌다”고 말한 점을 볼 때, 친서는 판문점에서 북-미 간 라인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6일(한국시각 7일) 판문점에서 전사자 유해 추가 발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북-미 장성급 회담에서 건네졌을 수도 있다. 다만 인도·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7일 미국에 복귀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친서를 어디서 어떻게 다시 전달받아 가져온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리는 8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폼페이오 장관이 전달받았다고 <시엔엔>(CNN) 등에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 “긍정적인 편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친밀감 표시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며 “북한과는 매우 거칠게 시작했지만 인질들(북한 억류 미국인들)이 돌아왔고, 내가 100번은 말했듯이 미사일, 로켓, 핵 실험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에게)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한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에 거래(딜)를 해서 비핵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화를 이어갈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은 지난달 24일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 등 북-미 간 비핵화·종전선언 협상이 정체에 빠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 특사단의 5일 평양 방문으로 대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에 전한 것처럼 이번 친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변함없는 신뢰’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 로드맵 등을 논의하기 위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재추진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친서는 그동안 양쪽 내부의 비관·강경론이나 대화 교착을 이겨내는 ‘톱다운’(위에서 아래로) 외교 수단으로 작동해왔다. 이번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네번째 친서다. 지난 5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뒤 김 위원장은 6월1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백악관에 보내 친서를 전달했다. 이는 정상회담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7월 폼페이오 장관의 세번째 방북 때도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을 면담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는 친서를 보냈다. 지난달 초 한국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 때도 김 위원장은 친서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마다 이 사실을 공개하며 김 위원장에 감사를 표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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