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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1 15:27 수정 : 2018.09.11 22:26

그래픽 정희영 기자.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온건한 열병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인식 끌어낸 듯
이달 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가을 대전환’ 이끌어낼지 주목

그래픽 정희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을 요청했으며, 양쪽이 이를 위한 조율 작업에 들어갔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교착됐던 북-미 대화가 5일 문재인 대통령 특별사절단의 평양 방문과 김 위원장의 대미 친서 전달을 계기로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오는 18~20일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과 그 다음주 뉴욕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궤도가 그려졌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편지를 받았다. 그것은 매우 따뜻하고 긍정적인 편지였다”며 “편지의 주된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또 다른 회담을 요청하고 일정을 잡으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에 열려 있으며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장소에 대해서는 “정해지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이 내게 보낸 편지가 오고 있다. 긍정적인 편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2차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과 협의 중이라는 사실을 발표한 것은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핵 프로그램 신고와 종전선언을 놓고 상대방에게 선제 조처를 요구하며 맞서온 북-미가 두 정상의 ‘톱다운’(하향식) 결단으로 접점을 찾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두 정상이 강력하게 대화 의지를 표명한 만큼,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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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방문 중인 미국 국무부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11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만든 지금의 엄청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한이 처음으로 핵무기를 강조하지 않는 열병식을 했다. 선의의 신호로 여긴다” “김 위원장의 편지는 우리가 계속하기를 희망하는 진전의 추가적 징표”라고 추어올렸다.

백악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비핵화 진전 부족”과 “중국의 비협조”를 이유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한 지 17일 만에 나온 대반전이다. 북-미 대화가 안갯속에 빠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에 특사단을 보내고, 이에 호응하듯 김 위원장도 미국에 친서를 보내는 한편 9일 정권 수립 70돌 열병식 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없는 열병식을 한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 특사단은 이번 방북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고, 김 위원장한테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의사를 확인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백악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 협의”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3월에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때도 4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하고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한반도 가을 대전환’ 시나리오가 다시 힘을 받게 됐다. 18~20일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고, 이달 말 뉴욕 유엔 총회 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접점을 간접 타진한 뒤, 북-미 2차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일정과 종전선언 등을 교환하는 ‘빅딜’을 이뤄내는 시나리오다. 애초 제기됐던 ‘유엔 총회 때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 구상은 김 위원장의 회의 불참으로 무산됐지만, 연내에 성사될 가능성은 살아 있다.

장밋빛 시나리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비핵화와 관계 개선 조처에 양쪽이 가시적 합의를 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는 서로한테 핵 무기·시설 신고와 한반도 종전선언을 먼저 할 것을 요구하며 맞서왔다. 미국 정부 안에는 북한의 선제적이고 신속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보수단체 행사에 참석해 “두번째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비핵화 조처를 해야 하는 건 그들(북한)이고 우리는 그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시>(NBC) 방송은 이날 미국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북한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핵탄두 보관 시설 입구를 가리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핵 활동 은폐 노력을 해왔다”며 미국 쪽의 불신을 전했다.

김 위원장 또한 상응 조처 없는 일방적 비핵화 조처를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평양을 방문했던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이 10일 밝혔다. 이달 북·미 정상을 잇따라 만나는 문 대통령의 중재력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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